국민은행이 희망퇴직자를 모집하자 무려 2800여명이 몰렸다고 한다. 은행 측은 2만명 임직원의 14%에 달하는 명퇴신청자 전부를 받아들일 방침이라고 한다. 다음달이면 인터넷 전문은행까지 출범할 정도로 핀테크가 발전하면서 송금·이체·환전 등 은행 업무의 상당부분이 온라인·모바일 뱅킹으로 바뀐 상황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이다. 시내 요지의 점포들이 상업·주거시설로 개발되고 영업점도 속속 통폐합되는 등 은행 영업도 많이 바뀌는 중이다.

2011년 이후 시중은행들의 이익증가율이 인건비 증가율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결과 상당수 금융회사의 임금은 절대 수준으로 일본 금융사를 넘어설 정도다. 금융권의 고임금이 높은 생산성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는 비판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은행마다 강력한 금융노조 세력이 버티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국민은행의 희망퇴직을 계기로 은행 경영의 실상을 주시하게 된다. 무엇보다 일반직원에게는 36개월치(15년차 차장급 2억5000만원), 임금피크 적용자에게는 27개월치 급여를 추가 지급함으로써 부장급에게 5억원 이상이나 준다는 퇴직금은 놀랄 만하다. 이렇게 돈잔치를 벌일 수 있다는 것은 우선 은행 경영이 이다지도 방만하고 여유로운 것이었나 하는 의문을 품기에 충분하다. 해운·조선 그리고 한계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산업 구조조정을 방치하면서 생겨난 일종의 착시일 수도 있다. 구조조정을 회피한 대가로 명퇴자에게 수억원씩 안긴다면 이는 ‘면허장사’의 특혜성 구조조정일 뿐이다. 일거에 총인력의 14%를 해고하고도 굴러가는 영업구조라면 그간의 인력운영은 또 얼마나 방만한 것이었나. 임금피크제 해당자나 직전의 직원에게도 거액의 명퇴금이 지급되는 식이라면 은행은 대체 얼마나 좋은 직장인가.

우리, KEB하나, 농협 등도 비슷한 희망퇴직을 시행 중이다. 17개 국내 은행이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등에 힘입어 지난 3분기 4년 반 만에 최대인 3조2000억원의 이익을 내면서 인력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방만성에 놀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