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불안한 기업 "고용·투자 늘릴 엄두 못 낸다"
“지금 같은 시국에 기업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암담하다.”

한 대기업 회장이 최근 기자와 만나 한 말이다. 기업들이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 상황을 답답해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국회 청문회와 특별검사 조사, 탄핵 정국 여파 탓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보호무역주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등 대내외 변수마저 복잡다단해지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이런 이유로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국내 10대 그룹 중 일곱 곳이 내년 투자와 고용을 늘리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잔뜩 움츠러드는 모습이다.

한국경제신문이 18일 10대 그룹(자산 기준, 공기업 금융회사 제외)을 대상으로 ‘내년 경기전망 및 사업계획’을 긴급 설문조사한 결과 내년 투자를 ‘늘린다’고 답한 그룹은 두 곳에 불과했다. ‘올해와 비슷하다’가 절반인 다섯 곳이었고, ‘줄인다’는 답변도 두 곳이나 됐다.

고용도 마찬가지였다. ‘늘린다’는 그룹은 두 곳에 그쳤다. ‘올해와 비슷하다’가 여섯 곳으로 가장 많았고 ‘줄인다’가 두 곳이었다. 한 그룹은 투자·채용 계획 등의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새해가 10여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내년 사업계획을 ‘확정했다’고 답한 그룹은 네 곳에 불과했다. 4대 그룹 중에선 LG그룹을 제외한 삼성·현대자동차·SK그룹이 내년 사업계획을 아직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은 통상 12월 중순까지는 새해 사업계획을 확정했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주요 기업 259곳을 대상으로 한 ‘2017년 최고경영자 경제전망 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응답 기업인의 절반(49.5%)이 ‘내년에 긴축경영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현상 유지’는 30.7%, ‘확대경영’은 19.8%로 조사됐다. 내년 투자는 ‘축소하겠다’는 응답이 39.6%로 가장 많았다. ‘올해 수준을 유지한다’가 33.3%였고, ‘확대하겠다’는 대답은 27.1%였다. 고용 인원은 ‘올해 수준 유지’가 46.2%로 제일 많았고 ‘줄이겠다’가 35.8%, ‘늘리겠다’가 18.0%였다.

장창민/정지은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