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장 초반 움찔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내년 세 번의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한 때문이다. 시장 예상보다 가파른 금리 인상 속도 시사에 주춤하던 강달러 움직임이 재개되고 유가가 하락할 것이란 우려가 되살아나는 듯했다. 중장기적으로 강달러가 지속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장중 공감대를 넓히면서 결과적으로 시장은 큰 충격파를 피했다. 증권가에선 추가 금리 인상 횟수가 Fed가 내비친 것보다 적을 수 있다며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 혼란이 오래지 않아 진정될 것으로 기대했다.
◆‘선방’한 주식시장

미국 기준금리 인상 소식이 전해진 15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01%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 장 초반 2020선이 위협받기도 했지만 오전 10시 이후 꾸준히 낙폭을 줄인 끝에 장중엔 10월25일 이후 최고치인 2040.62까지 오르기도 했다. 관심을 끌었던 외국인 행보에도 큰 변화는 없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33억원어치를 순매도하는 데 그쳤다. 코스닥시장은 미국 금리 인상의 ‘충격’을 찾아보기조차 힘들었다. 이날도 코스닥지수가 8.14포인트(1.33%) 뛰며 지난달 18일(620.26) 이후 한 달여 만에 지수 620선을 회복했다.

시장 흐름이 ‘긴장→눈치보기→소극적 안도’로 바뀐 것은 달러화 강세에 대한 전망 때문이었다. 장 초반에는 부활한 강달러 우려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듯했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달러화 강세가 다시 진행되고 유가 급락 등 글로벌 상품시장이 요동치면서 시장 불안이 다시 커졌다”고 전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8원80전 오른 1178원50전에 마감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직후와 같은 달러화 강세가 오래 지속되기는 힘들 것이란 시각이 많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국채 2년물 금리가 연 2.21%로 Fed가 금리를 세 번 올리는 수준을 이미 반영하고 있었다”며 “달러화가 추가 강세를 이어갈 여지는 크지 않다”고 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미국이 경상적자를 축소하고 지속가능한 재정정책을 구사하기 위해선 중장기적으로 약달러 정책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내년 1월 트럼프 취임 이후 달러화 흐름이 바뀌어 2분기 이후부턴 약세로 전환될 전망”이라고 언급했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도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많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첫 금리 인상 때도 올해 4회가량 추가 인상을 점쳤지만 실제론 한 번 인상하는 데 그쳤다”며 “내년 프랑스 대선 등 각종 정치이슈와 글로벌 경기상황을 고려해 추가 인상 횟수가 조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주식시장이 단기적으로는 약세를 보일 수 있지만 조정 기간은 길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많았다. 김재중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 자금이 신흥국에서 추세적으로 이탈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 조정 후 주식시장이 재상승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투자 촉진 수혜주 주목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수혜주로는 정보기술(IT), 기계 관련주가 주로 꼽혔다. 금리 인상 결정 배경이 미국의 경기회복세라는 이유에서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금리 인상 초기에는 향후 조달금리 상승을 예상하는 기업들이 투자를 앞당겨 집행할 수 있다”며 “트럼프 정부의 감세와 규제완화 등도 투자 확대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소재(화학, 비철금속)와 산업재(기계, 건설)가 유망하다는 분석이다.

단기적으론 달러화 강세에 따른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수출주도 주목된다. 특히 기술 우위에 가격 경쟁력도 개선되고 있는 IT업종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이다. 금리 상승기에 주요 수입원인 대출과 예금 금리 차이(예대 마진)가 벌어지면서 수익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큰 은행주에 대한 관심도 높다.

김동욱/윤정현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