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가계빚] 입주 대기 96만가구…금리 오르면 '하우스푸어' 대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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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끝 - 주택대출 544조…빚 부담 커지는 입주자들
어느 입주 예정자의 한숨
"청약할 땐 '로또'였는데…입주 다가오니 눈앞 캄캄"
주택대출 이용자 536만명
입주예정 70%가 변동금리…대출금리 인상땐 '이자폭탄'
내년엔 집값 하락 가능성
대구 등 일부 지역선 벌써 '마이너스 프리미엄' 현상도
어느 입주 예정자의 한숨
"청약할 땐 '로또'였는데…입주 다가오니 눈앞 캄캄"
주택대출 이용자 536만명
입주예정 70%가 변동금리…대출금리 인상땐 '이자폭탄'
내년엔 집값 하락 가능성
대구 등 일부 지역선 벌써 '마이너스 프리미엄' 현상도
김현철 씨(41)는 집이 세 채다. 결혼 후 경기 용인의 전용면적 59㎡ 아파트에 줄곧 살던 김씨는 두 자녀가 커가면서 좀 더 넓은 집이 필요했다. 2014년 8월 본인과 아내 명의 청약통장으로 운좋게 용인 지역의 전용면적 84㎡짜리 아파트 두 채를 분양받았다. 분양가는 각각 5억원. 빠듯한 형편에 처음엔 한 채만 계약하려 했으나 ‘당첨만 되면 로또 맞는다’는 주변 얘기에 두 채 모두 분양받았다. ‘한 채는 입주 전까지 1억원 이상 웃돈(프리미엄)을 받고 팔 수 있다’는 시행사의 설명도 솔깃했다.
대출 부담도 크지 않았다. 계약금으로 5000만원씩 모두 1억원을 낸 뒤 중도금은 집단대출로 손쉽게 해결했다. 입주 때까지 3년간 대출이자도 건설사가 대신 내준다. 기대가 불안으로 바뀐 건 얼마 전부터다.
김씨는 내년 8월 입주해야 한다. 입주 후 떠안게 될 중도금 및 잔금 대출은 총 9억원(아파트 두 채 기준). 올 2월부터 주택구입용 대출은 무조건 고정금리·분할상환으로 받아야 하지만, 김씨는 2년 전 분양받은 덕에 변동금리·일시상환 대출을 쓸 수 있다. 그럼에도 부담은 만만치 않다. 현재 변동금리인 연 3.6%로 30년 만기 대출을 받으면 매년 3200만원씩 이자를 내야 한다.
내년 금리가 연 4%가량으로 오르면 이자 부담은 3600만원으로 껑충 뛴다. 집 한 채를 팔아 상환 부담을 덜고 싶은데, 최근 아파트 매매가가 분양가보다 낮아졌다는 공인중개사의 얘기에 전전긍긍이다. 한국 사회에서 집은 이중적 의미를 갖는 자산이다. 실수요와 투기 수요가 상존한다. 주택을 꼭 소유해야 한다는 인식도 뿌리 깊다. 부동산 불패 신화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지난 2~3년 저금리로 부동산 경기는 들썩였다. 싼 금리에 빚내서 집을 사려는 수요가 폭증했다.
그러나 저금리발(發) 부동산 투자 열풍은 15일 미국 금리인상으로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앞으로 대출금리가 오르면 빚 상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당장 내년과 내후년 아파트 입주를 앞둔 100만가구의 중도금·잔금대출 상환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호(好)시절이 끝나간다
지난 수년간 집값은 오름세였다. 지난해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전년 대비 5.6%(서울은 5.58%) 올랐다. 올해도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4.15%(서울은 7.55%) 상승했다. 뛰는 집값에 건설사들은 신규 분양을 늘렸다. 2014년 33만가구였던 신규분양 물량은 지난해 51만가구, 올해 49만가구로 증가했다.
지난해 초 기준금리가 1%대로 낮아지면서 빚내서 집을 사려는 수요도 급증했다.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은 2014년 460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501조2000억원, 올 3분기 말 544조20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현재 금융권 주택대출 이용자만 536만명이다. 저금리가 지속된다면 문제될 건 별로 없다. 하지만 미국 금리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오를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당장 내년 입주자의 빚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입주하는 순간 분양가의 90%에 달하는 중도금·잔금대출의 이자부터 갚기 시작해야 한다. 내년 입주 예정인 아파트는 전국 38만2741가구다. 역대 최대 규모다. 2018년부터는 더 늘어난다. 부동산업계는 내년부터 2년간 입주예정자가 96만가구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규 주택대출에 고정금리·분할상환을 의무화하기 전 분양계약한 입주예정자는 변동금리 대출이 70% 이상에 달한다”고 말했다. 금리상승으로 부담이 커진다는 의미다.
◆하우스푸어 재발하나
내년 주택가격 하락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부동산 조사기관들은 내년 집값이 보합 또는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내년 아파트 매매가격이 수도권은 0.5% 오르지만 지방은 0.7%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산업연구원도 수도권은 보합세를 보이겠지만 지방은 1.5%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빚 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집값이 떨어지면 ‘하우스푸어’의 악몽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하우스푸어는 집을 가진 가난한 사람을 뜻한다. 집값이 오를 것이란 생각에 과도한 대출을 받아 집을 샀는데 금리상승, 집값 하락으로 빚 상환 부담이 커지는 경우다. 2012년 상황이 그랬다. 당시 입주할 때 집값이 분양가 이하로 추락해 전국적으로 100만여가구의 하우스푸어가 발생했다.
일부 지역에선 벌써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될 조짐이 보이는 분위기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내년 1분기 입주예정인 아파트단지 가운데 대구, 창원 등 지방에서 ‘마이너스 프리미엄’(집값이 분양가 이하로 떨어지는 것)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864만가구 중 주택대출금이 집값의 60%에 금융자산을 더한 금액보다 많은 가구가 37만6000가구나 됐다.
이 가운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60% 이상, 즉 금융부채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60%가 넘는 가구는 10만가구에 달했다.
◆특별취재팀=이태명 금융부 차장(팀장), 김유미 경제부 기자, 김은정 금융부 기자, 윤아영 건설부동산부 기자
대출 부담도 크지 않았다. 계약금으로 5000만원씩 모두 1억원을 낸 뒤 중도금은 집단대출로 손쉽게 해결했다. 입주 때까지 3년간 대출이자도 건설사가 대신 내준다. 기대가 불안으로 바뀐 건 얼마 전부터다.
김씨는 내년 8월 입주해야 한다. 입주 후 떠안게 될 중도금 및 잔금 대출은 총 9억원(아파트 두 채 기준). 올 2월부터 주택구입용 대출은 무조건 고정금리·분할상환으로 받아야 하지만, 김씨는 2년 전 분양받은 덕에 변동금리·일시상환 대출을 쓸 수 있다. 그럼에도 부담은 만만치 않다. 현재 변동금리인 연 3.6%로 30년 만기 대출을 받으면 매년 3200만원씩 이자를 내야 한다.
내년 금리가 연 4%가량으로 오르면 이자 부담은 3600만원으로 껑충 뛴다. 집 한 채를 팔아 상환 부담을 덜고 싶은데, 최근 아파트 매매가가 분양가보다 낮아졌다는 공인중개사의 얘기에 전전긍긍이다. 한국 사회에서 집은 이중적 의미를 갖는 자산이다. 실수요와 투기 수요가 상존한다. 주택을 꼭 소유해야 한다는 인식도 뿌리 깊다. 부동산 불패 신화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지난 2~3년 저금리로 부동산 경기는 들썩였다. 싼 금리에 빚내서 집을 사려는 수요가 폭증했다.
그러나 저금리발(發) 부동산 투자 열풍은 15일 미국 금리인상으로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앞으로 대출금리가 오르면 빚 상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당장 내년과 내후년 아파트 입주를 앞둔 100만가구의 중도금·잔금대출 상환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호(好)시절이 끝나간다
지난 수년간 집값은 오름세였다. 지난해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전년 대비 5.6%(서울은 5.58%) 올랐다. 올해도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4.15%(서울은 7.55%) 상승했다. 뛰는 집값에 건설사들은 신규 분양을 늘렸다. 2014년 33만가구였던 신규분양 물량은 지난해 51만가구, 올해 49만가구로 증가했다.
지난해 초 기준금리가 1%대로 낮아지면서 빚내서 집을 사려는 수요도 급증했다.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은 2014년 460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501조2000억원, 올 3분기 말 544조20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현재 금융권 주택대출 이용자만 536만명이다. 저금리가 지속된다면 문제될 건 별로 없다. 하지만 미국 금리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오를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당장 내년 입주자의 빚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입주하는 순간 분양가의 90%에 달하는 중도금·잔금대출의 이자부터 갚기 시작해야 한다. 내년 입주 예정인 아파트는 전국 38만2741가구다. 역대 최대 규모다. 2018년부터는 더 늘어난다. 부동산업계는 내년부터 2년간 입주예정자가 96만가구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규 주택대출에 고정금리·분할상환을 의무화하기 전 분양계약한 입주예정자는 변동금리 대출이 70% 이상에 달한다”고 말했다. 금리상승으로 부담이 커진다는 의미다.
◆하우스푸어 재발하나
내년 주택가격 하락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부동산 조사기관들은 내년 집값이 보합 또는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내년 아파트 매매가격이 수도권은 0.5% 오르지만 지방은 0.7%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산업연구원도 수도권은 보합세를 보이겠지만 지방은 1.5%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빚 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집값이 떨어지면 ‘하우스푸어’의 악몽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하우스푸어는 집을 가진 가난한 사람을 뜻한다. 집값이 오를 것이란 생각에 과도한 대출을 받아 집을 샀는데 금리상승, 집값 하락으로 빚 상환 부담이 커지는 경우다. 2012년 상황이 그랬다. 당시 입주할 때 집값이 분양가 이하로 추락해 전국적으로 100만여가구의 하우스푸어가 발생했다.
일부 지역에선 벌써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될 조짐이 보이는 분위기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내년 1분기 입주예정인 아파트단지 가운데 대구, 창원 등 지방에서 ‘마이너스 프리미엄’(집값이 분양가 이하로 떨어지는 것)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864만가구 중 주택대출금이 집값의 60%에 금융자산을 더한 금액보다 많은 가구가 37만6000가구나 됐다.
이 가운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60% 이상, 즉 금융부채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60%가 넘는 가구는 10만가구에 달했다.
◆특별취재팀=이태명 금융부 차장(팀장), 김유미 경제부 기자, 김은정 금융부 기자, 윤아영 건설부동산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