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호영 네오펙트 대표가 센서 장갑을 끼고 게임을 활용한 재활치료를 설명하고 있다. 남윤선 기자
반호영 네오펙트 대표가 센서 장갑을 끼고 게임을 활용한 재활치료를 설명하고 있다. 남윤선 기자
뇌졸중이나 발달장애로 인한 손 마비 환자의 재활을 돕는 기구를 생산하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네오펙트는 창업 6년째지만 연매출이 1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제품을 공개한 것도 2년이 채 안 됐다. 그런데도 이 회사의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는 세계 최대 전자전시회 ‘CES 2017’의 혁신상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이달 초엔 미국 재향군인부(DVA)로부터 퇴역군인의 재활치료용품 승인을 받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제품의 혁신성을 인정받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재활치료라고 하면 보통 같은 동작을 반복해서 하는 길고 지루한 과정이 떠오른다.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는 다르다. 일단 센서기술과 게임을 결합했다. 글러브에는 환자가 손가락을 얼마나 굽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센서가 달려 있다. 이를 끼고 주먹을 쥐면 주스가 짜지는 게임 방식으로 재활을 한다. 반호영 네오펙트 대표는 “가벼운 장갑과 PC만 있으면 어디서든 재활 훈련을 즐겁게 할 수 있다”며 “굳이 병원에 가지 않아도 집에서 재활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뇌졸중으로 인한 손가락 마비는 뇌가 손상을 입어 손가락을 어떻게 쓰는지 잊어버린 사례다. 이를 다시 기억하려면 반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재활훈련이 워낙 지루하고 재활 기기도 병원에 있다 보니 꾸준히 훈련하기가 쉽지 않았다. 국립재활원은 네오펙트 제품을 활용한 재활치료 효과가 일반 치료보다 최대 20% 이상 높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센서가 감지한 각도 등 장갑으로 읽어낸 데이터는 별도 저장된다. 네오펙트의 알고리즘은 각 환자에게 적합한 게임까지 제시한다. 의사도 재활치료가 초반에 비해 얼마나 진전됐는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앞으로의 치료 계획 등을 더 세세하게 짤 수 있다. 반 대표는 “해외 바이어나 기술진이 가장 높게 평가하는 것이 네오펙트의 빅데이터 분석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반 대표는 원래 의료기기 전공자는 아니다. KAIST에서 우주공학을 전공하고 삼성전자에서 일했다. 이후 콘텐츠 사업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새 사업을 구상하던 중 가족력인 뇌졸중을 생각해냈다. 반 대표의 아버지는 그가 대학생 때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났다. 친척도 여러 명 뇌졸중 후유증으로 오랜 기간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센서와 빅데이터라는 신기술로 장애를 겪는 사람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네오펙트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작은 기업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개발하기는 쉽지 않았다. 창업하고 4년 동안이나 제품을 내지 못한 이유다. 하지만 제품을 공개한 뒤에는 사업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벌써 미국에 지사를 냈고, 16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이 제품의 강점은 병원에서 받던 치료를 집에서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의사는 집에서 훈련한 데이터를 보고 추가 치료를 할 수 있다. 외국에서는 모두 이런 방법으로 네오펙트 제품을 활용하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안 된다. ‘원격진료’를 금지한 규제 때문이다. 반 대표는 “한국에서 개발한 제품인데 정작 외국에서 더 제대로 쓰이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용인=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