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신입행원들은 12일 경기 용인의 신한은행 기흥연수원에서 신입 교육을 받기 위해 입소했다. 신한은행 제공
신한은행 신입행원들은 12일 경기 용인의 신한은행 기흥연수원에서 신입 교육을 받기 위해 입소했다. 신한은행 제공
시중은행의 하반기 신입직원 채용 규모가 지난해보다 3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에 따른 예대마진 하락 등으로 은행권의 실적 저하가 본격화하고 있는 게 채용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들은 올해 200여개 가까운 영업점을 축소하고 명예퇴직을 받는 등 구조조정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하반기 합격자를 발표한 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기업 농협은행을 조사했더니 이들 6개 은행은 올 하반기 1050명의 신입 행원을 뽑았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1535명)보다 485명이나 줄어든 규모다.
면접 키워드는 ‘4차 산업혁명’

시중은행의 채용자 감소는 예견된 결과다. 은행들이 실적 저하로 채용 규모를 줄였을 뿐 아니라 은행 영업점 축소와 인력 구조조정 소식이 퍼지면서 은행권 취업을 원하는 지원자에게도 부정적 영향이 미쳤다. 이는 은행권 지원자 수에서 드러난다. 은행 신입 채용에 지난해에는 최소 2만~2만5000명까지 지원자가 몰렸으나 올해는 1만5000~2만명 수준으로 줄었다. 은행마다 2000~5000명 정도 지원자가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오택 국민은행 채용팀장은 “인터넷은행 출범, AI(인공지능) 등 금융시장 변화에 따른 은행업에 대한 불안감 증가로 지원자 규모가 줄어든 것 같다”고 분석했다.

IT·이공계 30%…지역인재 60% 채용

핀테크 열풍은 은행권 채용지도를 바꿨다. 과거 은행권에서는 법대 경영대 등 인문계 인재를 많이 채용했지만, 최근엔 공대 인력을 상당수 뽑고 있다.

신한은행은 전체 합격자(180명)의 30%를 정보기술(IT)·공학계열 출신으로 채웠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11명의 IT 인재를 뽑았지만 올해 대폭 늘렸다. 김홍식 신한은행 채용팀장은 “이들은 영업점 근무를 통해 업무를 익힌 후 핀테크, 모바일 뱅킹 지원, 기획부서에서 프로젝트 매니저(PM)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IT 이공계 인재를 지난해(16%)보다 두 배 늘린 30%까지 충원했다. 농협은행도 28%(40명)를 IT 인재로 뽑았다.

필기시험과 면접에서는 최근 이슈가 된 핀테크 등 4차 산업혁명이 단골로 나왔다.

국민은행은 지난 10월8일 치른 논술시험에서 ‘은행지점과 ATM(현금자동입출금기)의 숫자가 갈수록 줄고 있다. IT 발달과 고령화로 금융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은행 오프라인 브랜치의 대응방안은 뭔가?’를 물었다. 기업은행도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은행이 갖는 기회요인과 위험요인은 무엇이고 은행의 대응방안은 무엇인가’를 논술문제로 출제했다. 농협은행의 논술 주제도 ‘핀테크’와 ‘인터넷전문은행’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은 토론면접에서도 ‘AI 발달이 금융산업에 미칠 영향은 어떤 것일까’를, 신한은행은 ‘모바일뱅킹 등으로 고객들이 은행을 찾지 않는 상황인데 본인이 지점장이라면 어떤 전략을 쓸 것인가’ 등의 문제를 냈다.

은행들이 수도권 이외 지방 우수인재를 많이 뽑은 것도 특징이다. KEB하나은행은 전체 합격자(150명)의 60%를 충청, 영남, 호남, 강원권 인재로 뽑았다. 오민규 KEB하나은행 채용팀장은 “지역 영업 강화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연고지역 고등학교와 지방 대학 출신자를 우대했다”며 “모든 전형에서 지방의 실무관리자와 책임자가 참여했으며 임원이 직접 지방으로 내려가 면접을 보고 선발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도 30명의 지역인재를 채용했다.

평상복~기획안 작성 ‘아이디어 전쟁’

각 은행이 경쟁적일 만큼 다양한 면접 방식을 시도한 것도 올 하반기 채용의 특징이다. 신한은행은 ‘평상복 면접’을 처음 도입했다. ‘평소 학교수업 복장’으로 오라고 응시자들에게 안내메일을 보내 혼란을 없앴다. 실제로 90% 이상이 정장이 아니라 청바지와 티셔츠, 운동화 차림으로 면접장에 온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기획안 작성’ 면접을 도입했다. 주제는 ‘연령별 은행 신상품 개발 아이디어’ ‘블록체인(가상통화)기술의 은행 활용방안’ 등이었다. 이승원 우리은행 채용팀장은 “은행 업무의 기본은 보고서 작성이기에 실제 문서 작성 능력이 있는지 평가하고 싶었다”며 “단순히 평가에 그치지 않고 현직자가 지원자의 문서를 현장에서 직접 피드백해줌으로써 호평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기업·신한은행은 지방 응시자를 위해 면접장인 연수원을 개방해 숙식을 제공했다. 이병직 기업은행 채용팀장은 “부산에서 올라오는 지원자는 새벽 2~3시에 일어나 올라와야 하는 불편함에 착안, 전날 올라온 지방 응시자들을 모아 면접장인 기흥연수원까지 차로 안내했다”고 말했다. 이런 배려 덕분인지 지방 지원자들의 면접 응시율이 96%에 달했다고 했다.

기업은행은 올해 면접에서는 협상면접과 상품추천 롤플레잉 면접을 새로 도입했다. 지난해 1박2일 면접을 실시한 기업은행은 올해는 1일 종일면접으로 바꿨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