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대통령 탄핵표결 'D-1'…숨죽인 증권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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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9일)을 하루 앞두고 증권업계도 숨을 죽이고 있다. '탄핵 부결' 시 정치적 불확실성이 주식시장을 짓누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국민연금에 대한 '청와대 외압 의혹'이 커지면서 자산운용업계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전날(7일) 한국거래소를 조사 대상기관에 포함,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상장 특혜 논란까지 일고 있다.
'국정농단 사태'는 증권업계뿐만 아니라 주식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와 연루된 대기업 총수들이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6일)에 나섰지만 대가성 자금지원 등 의혹을 씻어내지 못한 탓이다.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는 이에 대해 "이번 사태와 연루된 상장 대기업들의 시장 영향력은 상당히 크다"며 "해당 기업들이 과거 사례와 다르게 보다 구체적으로 특정돼 있기 때문에 앞으로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2차 청문회에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게임업체 접촉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다.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장은 이날 청문회에 참석해 "전경련이 규제관리를 제안하며 게임업체와 접촉한 사실 여부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박근혜 정부의 특혜 의혹에 휩싸인 차병원그룹의 상장 계열사 차바이오텍의 주가는 지난달 초 이후 급락, 이번 주 연중 최저가(1만1200원, 장중 기준)를 다시 썼다. 이 회사 경영진이 일제히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달 주가는 2014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가격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산운용업계의 경우 '국민연금 불똥'이 튈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7월1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결의를 위한 임시 주주총회에서 단 한 곳도 반대표를 던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국민의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이 외압에 따른 잘못된 결정이었다면 불특정 다수 고객의 돈을 받아 굴리는 운용사들도 외압 여부와 관계 없이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탄핵표결 이후에도 개별 기업들의 주가 변동성을 주시해야 하고 탄핵 부결 시 후폭풍을 극도로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유겸 LIG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야3당이 지난 3일 탄핵소추안을 제출해 9일까지 국회의 의결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소추안 가결을 위해서는 여당 의원 20명 이상이 동의해야 하는데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탄핵소추안이 가결(통과)되면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되고 총리가 권한을 대행한다. 그는 "현 총리에 대한 불신 등으로 논란의 여지가 분명하지만,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국정을 운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금보다는 경제적(금융시장)으로 혼란이 가중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다만 탄핵소추안이 부결될 경우에 대해 "시위가 과격해지고 국가적으로 큰 혼란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며 "여당은 물론 야당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국회의원 사퇴를 비롯한 강력한 대응이 뒤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 탄핵(2004년 3월12일)은 국민 절대 다수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결정됐다는 것. 당시 대내외 우려와 달리 탄핵반대 시위가 평화롭게 진행됐으며 증시는 2% 가량 하락에 그쳤고 원·달러 환율은 안정권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하지만 이번 탄핵정국의 양상은 과거와 다르다"면서 "국민의 절대 다수가 원하는 탄핵이 국회의 반대로 무산된다면 그 결과는 정치·경제적으로도 장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탄핵표결 결과와 별도로 '불확실성 해소'라는 측면에서 증시는 안정을 되찾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시황담당 연구원은 "최근 브라질의 탄핵 과정을 돌이켜 보더라도 결국 '불확실성 해소'가 증시에 긍정적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며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나 펀더멘털(기초체력) 여건이 나쁘지 않은 상황에서 탄핵표결이 부정적인 결과를 내놓더라도 지수의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국민연금에 대한 '청와대 외압 의혹'이 커지면서 자산운용업계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전날(7일) 한국거래소를 조사 대상기관에 포함,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상장 특혜 논란까지 일고 있다.
'국정농단 사태'는 증권업계뿐만 아니라 주식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와 연루된 대기업 총수들이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6일)에 나섰지만 대가성 자금지원 등 의혹을 씻어내지 못한 탓이다.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는 이에 대해 "이번 사태와 연루된 상장 대기업들의 시장 영향력은 상당히 크다"며 "해당 기업들이 과거 사례와 다르게 보다 구체적으로 특정돼 있기 때문에 앞으로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2차 청문회에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게임업체 접촉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다.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장은 이날 청문회에 참석해 "전경련이 규제관리를 제안하며 게임업체와 접촉한 사실 여부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박근혜 정부의 특혜 의혹에 휩싸인 차병원그룹의 상장 계열사 차바이오텍의 주가는 지난달 초 이후 급락, 이번 주 연중 최저가(1만1200원, 장중 기준)를 다시 썼다. 이 회사 경영진이 일제히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달 주가는 2014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가격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산운용업계의 경우 '국민연금 불똥'이 튈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7월1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결의를 위한 임시 주주총회에서 단 한 곳도 반대표를 던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국민의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이 외압에 따른 잘못된 결정이었다면 불특정 다수 고객의 돈을 받아 굴리는 운용사들도 외압 여부와 관계 없이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탄핵표결 이후에도 개별 기업들의 주가 변동성을 주시해야 하고 탄핵 부결 시 후폭풍을 극도로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유겸 LIG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야3당이 지난 3일 탄핵소추안을 제출해 9일까지 국회의 의결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소추안 가결을 위해서는 여당 의원 20명 이상이 동의해야 하는데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탄핵소추안이 가결(통과)되면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되고 총리가 권한을 대행한다. 그는 "현 총리에 대한 불신 등으로 논란의 여지가 분명하지만,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국정을 운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금보다는 경제적(금융시장)으로 혼란이 가중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다만 탄핵소추안이 부결될 경우에 대해 "시위가 과격해지고 국가적으로 큰 혼란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며 "여당은 물론 야당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국회의원 사퇴를 비롯한 강력한 대응이 뒤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 탄핵(2004년 3월12일)은 국민 절대 다수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결정됐다는 것. 당시 대내외 우려와 달리 탄핵반대 시위가 평화롭게 진행됐으며 증시는 2% 가량 하락에 그쳤고 원·달러 환율은 안정권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하지만 이번 탄핵정국의 양상은 과거와 다르다"면서 "국민의 절대 다수가 원하는 탄핵이 국회의 반대로 무산된다면 그 결과는 정치·경제적으로도 장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탄핵표결 결과와 별도로 '불확실성 해소'라는 측면에서 증시는 안정을 되찾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시황담당 연구원은 "최근 브라질의 탄핵 과정을 돌이켜 보더라도 결국 '불확실성 해소'가 증시에 긍정적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며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나 펀더멘털(기초체력) 여건이 나쁘지 않은 상황에서 탄핵표결이 부정적인 결과를 내놓더라도 지수의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