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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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가 4일(현지시간) 헌법 개정을 위해 치른 국민투표에서 '패배'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세계 금융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켜온 이탈리아 국민투표가 사실상 부결될 위기에 처했다.

증시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번 투표가 '이탈렉시트(Italexit, 이탈리아의 유럽연합 탈퇴)' 여부를 묻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더라도 '저점 매수'의 기회가 될 수 있다"라고 입을 모았다.

오는 8일 열리는 유럽 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에서 적극적인 시장 대응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5일 이탈리아 현지 언론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상·하원에 동등한 권한을 부여한 현행 헌법을 바꿔 상원의원 수를 줄이고 중앙 정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이탈리아 개헌안이 국민투표에서 사실상 부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전역에서 치러진 개헌 국민투표의 출구조사 결과 반대가 54∼58%로, 찬성(42∼46%)에 비해 크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탈리아 국민투표의 부결 가능성은 이날부터 국내 증시에도 곧바로 반영, 단기적으로 주가의 변동성을 키울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그간 시장이 부결 가능성을 일부분 반영해 온 데다 앞으로 ECB 통화정책 회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커질 수 있어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볼 필요가 없다는 진단이다.

윤영교 LIG투자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은 "이탈리아 국민투표의 부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조기 총선이 예상된다"며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데 이는 이탈렉시트로 연결될 가능성이 낮더라도 부실 은행권에 대한 리스크가 커지고 주위 국가로 리스크가 번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하지만 ECB는 이탈리아의 국민투표 이후 열리게 될 통화정책회의에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시장 안정을 위한 양적완화 연장 등 빠른 조치가 나오고 테이퍼링 언급 등은 차후로 미뤄질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도 "이번 국민투표는 이탈렉시트 여부를 묻는 것이 아니다"라고 못박은 뒤 "헌법 개정에 대한 찬반투표라는 것을 먼저 인지해야 하고, 이로 인한 단기 변동성 확대를 '저점매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라고 판단했다.

이 연구원은 '부결'이 저점매수 기회인 이유에 대해 "최악의 시나리오(이탈렉시트)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고, ECB의 적극적인 대응이 기대되는 동시에 우호적인 대내외 환경(유가 배럴당 50달러 회복, 글로벌 경제지표 호전, 연말 소비시즌 기대 등)이 조성돼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주식전략 연구원 역시 "ECB가 투표 이후 금융 불안이 가속화될 경우 대응책을 내놓을 것"이라며 "이탈리아의 정치적인 문제로 인한 '금융 충격' 발생 가능성은 낮고 충격이 나타나더라도 일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ECB의 대응책으로는 양적완화(QE)의 연장(2017년 9월까지)을 꼽았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