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한 금융사기단이 높은 수익을 올려주겠다며 투자자들을 속여 1500억원을 가로챈 사건이 있었다. 투자자 대부분은 가정주부 또는 60~70대 은퇴자였다. 이들은 투자설명회나 수익금 배당에 관한 강의를 듣고 현혹돼 노후자금, 주택담보대출금 등을 입금했다.

최근 다단계 피라미드, 보험사기, 허위 투자설명회 등 금융사기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수법도 진화하고 있다. 이런 금융사기는 은퇴자들을 대상으로 빈번히 발생한다. 은퇴자들이 표적이 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먼저 금융시장의 변화속도는 갈수록 빨라지는데, 나이가 들면 인지능력은 점점 떨어지다 보니 이 정보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정확히 판단하기가 어렵다.

은퇴자들이 심리적으로 취약하다는 점을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은퇴와 함께 대인관계가 좁아지거나 가족들과 떨어져 살면 외로움이 커지는데, 이런 때 누군가 친밀하게 다가오면 쉽게 마음을 열게 된다.

무엇보다 기대수명이 증가하면서 은퇴자들은 죽기 전에 노후자금이 고갈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거기다 퇴직금을 수령하면서 금융자산이 갑자기 늘어난 상태이다 보니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주겠다는 사기꾼들의 말에 흔들리기 쉽다. 이들은 유명 회사나 전문가를 사칭하며 자신들을 믿고 투자하라고 은퇴자들을 유혹한다. 쉽게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니라며 투자의 희소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은퇴 이후 한번 사기를 당하면 회복하기가 매우 어렵다. 젊었을 때와 달리 이를 만회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금융사기로 인한 스트레스로 건강이 나빠지거나 가족 간 불화가 생기기도 한다. 따라서 금융사기는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평소 금전 문제에 관해 명확한 태도를 가지고 있어야 수상한 권유를 받았을 때 단호히 거절할 수 있다. 내심 좋은 투자기회라는 생각이 들어도 이들이 하는 얘기가 얼마나 신뢰할 만한 정보인지 잘 확인해봐야 한다. 설사 가족이나 친지 등 잘 아는 사람이 한 말이라도 무조건 믿지 말고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좋다.

은퇴자 스스로 금융사기의 표적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개인정보가 노출됐다고 의심되면 바로 금융회사에 가서 새로운 계좌나 카드로 교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수익률이 높으면 그만큼 투자 위험도도 높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기본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해두고 싶다면 노후소득의 일정 부분은 연금으로 준비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윤원아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