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각을 나타낸 이유가 있었다. 휴롬은 중국 진출 초기부터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했다. 할인마트 등 값싸게 파는 곳엔 들어가지 않았다. 고급 백화점 위주로 매장을 열었다. ‘갖고 싶은 브랜드’란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였다.
처음엔 기대만큼 잘되지 않았다. 2011년 중국에서 판 원액기는 3000여대에 불과했다. 마트 등에서 ‘제품을 싸게 주면 많이 팔아 주겠다’는 제안이 왔다. 하지만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다. 김영기 휴롬 회장(사진)은 “프리미엄 정책을 더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중국 내 주요 TV 홈쇼핑을 공략했다. 한국보다 20~30% 비싸게 가격을 책정했다. ‘휴롬 원액기는 이 정도 가격을 받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심어줬다. 백화점에도 단일 매장만 열었다. 현재 백화점 매장 수는 400곳이 넘는다.
‘ 메이드 인 코리아’ 정책도 지켰다. ‘한국 제품은 품질이 좋다’는 이미지를 적극 활용했다. 중국에도 공장이 있었지만 여기서 만든 제품은 대부분 유럽과 중동 등으로 수출했다. 배송 물류 관세 등 비용을 모두 가격에 넣어 ‘제값’을 받았다. 짝퉁엔 강하게 대응했다. 특허 소송을 제기하고 짝퉁 판매를 원천 차단하려고 노력했다. 이를 통해 휴롬이 ‘원액기 원조’란 것을 알리는 기회로 삼았다.
알라바바 측에서 작년 광군제 행사 때 주요 브랜드로 참여해 보겠느냐는 제안이 왔다. 티몰 메인 화면에 다이슨 필립스 등 글로벌 가전사들과 함께 휴롬이 올라갔다. 행사 당일, 2초에 한 대씩 팔려나갔다. 총 판매 대수가 4만5000여대에 달했다. 올해는 이보다 많은 6만여대를 팔았다.
중국이 최근 한류 스타의 방송 광고 등을 금지하는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을 내렸지만 휴롬은 큰 타격이 없을 전망이다. 이달 초 대만 배우 자오요우팅과 광고모델 계약을 한 덕분이다. 알리바바의 “광고에 한국 색채를 빼는 게 좋겠다”는 발 빠른 조언에 따른 것이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