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보육원에 찾아가 ‘개울가에 올챙이 한 마리~’로 시작되는 ‘올챙이송’을 들려줬어요. 처음 보는 색소폰에서 반가운 동요가 흘러나오자 아이들이 정말 해맑게 웃더라고요.”

박성해 한국가스공사 재난안전관리팀 과장(45·사진)은 ‘가스공사 케니 지’로 불린다. 세계적인 색소폰 연주자 ‘케니 지(Kenny G)’에서 딴 별명이다. 회사에서 보육원, 장애인 시설 등에 봉사를 나갈 때나 ‘사랑의 김장나눔’ 등 사내 행사 때 단골로 등장해 멋진 색소폰 연주로 분위기를 띄워줘서다. 그가 총무인 가스공사 색소폰 동호회의 명칭도 ‘코니 G(KONI-G)’다.

박 과장은 밴드 드러머 출신이다. 대학 시절 영남대 밴드 ‘The We’에서 3년간 드러머로 활동했다. 1997년 가스공사 입사 후 한동안 음악을 쉬었던 그는 2004년 색소폰 연주자로 변신했다. 밴드가 아니라 혼자서도 얼마든지 연주할 수 있다는 점에 끌렸다고 한다. 박 과장은 “색소폰을 불다 보면 스트레스로 답답했던 마음이 풀리는 것 같아 틈날 때마다 연습실을 찾았다”고 말했다.

색소폰은 그의 삶도 바꿔놨다. 과거엔 봉사활동 등을 할 때 남 앞에 홀로 서는 게 어색했지만 색소폰 연주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러워졌다. “보잘것없는 능력이라도 나눌 수 있어 행복합니다. 평소 케니 지의 ‘러빙유’ 등 감미로운 곡을 주로 연주하지만 아이들 앞에 나설 때만큼은 동요를 따로 준비하죠.” 박 과장은 지난해 새로 결성된 영남대 OB(old boy) 직장인 밴드에서도 색소폰을 맡았다.

가족들도 그의 도전을 응원한다. 그는 ‘친구들에게 아빠가 색소폰 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아이들의 요청 때문에 조만간 자녀들의 학교에서도 연주할 예정이다.

“가끔씩은 제 스스로의 실력이 성에 안 찰 때가 있어요. 대가들의 연주를 들으며 한참 모자람을 느낄 때 힘들기도 하죠. 하지만 실력을 계속 키워 앞으로도 계속 아픈 이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연주를 하고 싶습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