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화문 밝힌 LED 촛불 > 지난 19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박근혜 퇴진”을 외치면서 촛불을 밝히고 있다. 상당수는 꺼지지 않는 ‘LED(발광다이오드) 촛불’을 들고 나왔다. 주최 측은 서울 부산 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 동시에 열린 4차 촛불집회에 총 95만명(경찰 추산 26만명)이 참가했다고 추산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 광화문 밝힌 LED 촛불 > 지난 19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박근혜 퇴진”을 외치면서 촛불을 밝히고 있다. 상당수는 꺼지지 않는 ‘LED(발광다이오드) 촛불’을 들고 나왔다. 주최 측은 서울 부산 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 동시에 열린 4차 촛불집회에 총 95만명(경찰 추산 26만명)이 참가했다고 추산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분노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4차 촛불집회에도 대거 참가했다. 서울 광화문광장 60만명(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 18만명)을 포함해 전국 각지에서 95만명(26만명)의 시민이 몰렸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수험생을 비롯한 중·고교 학생도 많았다.

집회 참가자들이 ‘비폭력·평화시위’를 외치면서 한 명의 연행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4주 연속 대규모 주말 촛불집회가 열리면서 평화시위가 자리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는 26일 5차 주말 촛불집회는 절정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최 측은 “전국에서 서울로 집결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린다”며 “최소 100만명 이상이 광화문광장에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에서 동시다발적 촛불집회

1500여개 시민사회 단체의 모임인 ‘비상국민행동’은 토요일인 지난 19일 서울을 비롯해 대구, 광주 등 지방광역시와 중소도시 60여곳에서 4차 촛불집회를 동시다발적으로 열었다. 한 주 전 서울에만 100만명(경찰추산 26만명)이 몰렸던 3차 촛불집회 때와 비교하면 참가자가 줄었지만 전국 각지에서 동시에 진행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상보다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이라고 주최 측은 설명했다.

광화문 광장에선 교복을 입은 중·고생들이 종전보다 늘었다. 수능 시험이 끝난 직후여서 고3 수험생이 다수 참가했다. 구모군(18·청학고)은 “경희대에서 논술시험을 본 뒤 집회에 나왔다”며 “그동안 대입 시험 준비로 바빴지만 앞으로 대통령이 하야할 때까지 집회에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채연 양(16·염광여자메디텍고)은 “기말고사가 2주밖에 남지 않았지만 나라가 걱정돼 참가했다”고 했다. 경기지역 한 고교의 역사교사라고 밝힌 이모씨(45)는 “이화여대 부정 입학 사건을 보면서 교사로서 부끄러움을 느꼈다”며 “노력하면 삶이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찾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강원 춘천이 지역구인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을 성토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김 의원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촛불은 바람이 불면 다 꺼진다, 민심은 언제든 변한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직장인 김모씨(50)는 “김 의원의 촛불 발언에 화가 나 1000원짜리 LED(발광다이오드) 촛불을 구입해 집회에 나왔다”고 말했다.

◆박사모, “‘샤이 박근혜’도 있다”

광화문 집회 참가자들은 청와대로 가는 길목인 율곡로 내자동로터리, 경복궁사거리 등으로 행진했다. 지난주 청와대로 가려는 일부 시민과 경찰의 몸싸움이 있던 내곡동로터리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중·고생이 앞에 서면서 시종일관 밝은 분위기였다. 학생들은 일찌감치 경찰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들은 촛불과 스마트폰 라이트를 켜고 시민들과 파도타기를 했다. 시민들은 20일 새벽 1시께 자진 해산했다.

이날 오후 2시 서울역광장에선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등 80여개 보수단체 회원 7만명(경찰 추산 1만1000명)이 모였지만 우려했던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들은 집회 후 ‘강제하야 절대반대’ ‘대통령을 사수하자’ 등의 피켓을 들고 숭례문과 서울역을 오가며 행진했다. 50대 이상 중·장년과 노년층이 대부분이었으며 20~30대 청년들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울산에서 왔다는 박사모 회원 김모씨(25)는 “내가 숨어서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샤이 박근혜’”라며 “의혹과 사실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현/김인선/박상용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