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를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트럼프 리스크’에 흔들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보호무역주의 우려가 부각되면서 불안심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종목이 이번주 트럼프발(發) 쇼크에서 탈출을 시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휴대폰과 반도체는 자동차 가전제품 등과 달리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무관세로 거래되고 있는 데다 세계적으로 수요도 늘고 있어서다.
"국내 IT주, 트럼프 리스크는 미풍에 불과"
◆반도체는 보호무역 무풍지대

삼성전자는 지난 1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3.09% 하락한 159만8000원에 장을 마쳤다. SK하이닉스도 2.80% 내린 3만9850원에 마감하며 시가총액 2위 자리를 한국전력에 내줬다. 시가총액의 약 20%를 차지하는 두 대형주의 하락세에 코스피지수도 0.91% 내려앉았다.

전날 미국 증시에서 애플(-2.79%) 넷플릭스(-5.5%) 등 대형 IT주가 약세를 보이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가 0.8% 하락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가 올 3분기 북미시장 스마트폰 점유율 1위 자리를 애플에 내줬다는 소식도 악재로 작용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자동차 조선 화학 정유 등 대부분 업종이 부진한 가운데 국내 증시를 홀로 떠받쳐온 IT주마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로 상승세가 꺾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시적인 하락세로 보고 있다. 국내 업체들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휴대폰은 국제협정에 따라 무관세 적용을 받기 때문에 보호무역 우려에서 한발 물러서 있다. 또 트럼프 차기 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바탕으로 자국 기업인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업계 3위 마이크론 육성에 힘을 쏟는다고 해도 삼성전자와의 기술 격차를 단기간에 좁히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올해 말부터 64단 낸드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경쟁 업체들은 아직 그 아래 단계인 48단도 양산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의 보호무역 정책으로 미국-중국 기업 간 인수합병(M&A)에 제동이 걸려 중국의 반도체산업 진입 속도가 더뎌지면 오히려 호재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으로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에 걸림돌로 작용하던 마이크론과 중국 기업의 기술 제휴나 지분 매각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4분기 장밋빛 실적 기대

우려는 4분기 실적 발표가 가까워질수록 줄어들 전망이다. 최근 D램 가격이 3년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지고 있어서다. 두 업체는 세계 모바일 D램 시장의 8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SK증권은 4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32.1% 늘어난 8조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갤럭시노트7 단종으로 휴대폰 사업부는 영업이익 2조원대로 부진하겠지만 반도체 부문의 실적 개선에 힘입어 깜짝 실적을 올릴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200만원으로 유지했다.

SK하이닉스의 전망도 밝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4분기에 작년보다 7.4% 늘어난 1조62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예상이다.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원 가까이 순매수에 나서며 ‘큰손’으로 복귀한 기관투자가는 이 같은 실적 전망에 삼성전자를 4984억원(순매수 1위), SK하이닉스를 1111억원어치(3위) 사들였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