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5시부터 종로·을지로 등 다섯갈래 나눠 행진 예정
서울행 KTX 표 거의 매진
경찰 "세종대왕상까지만 허용"…272개 중대 2만5000명 투입
들끓는 민심을 반영하듯 촛불집회 참가 인원은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1차(10월29일) 땐 5만명(경찰 추산 1만2000명)이었지만 2차(11월5일) 땐 20만명(4만8000명) 수준이었다. 3차 집회에는 서울 시민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참가자들이 대거 상경할 예정이다. 전국 각지의 전세버스는 동이 났고, 서울행 KTX 표는 특실 등 일부 좌석을 제외하고 거의 매진됐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도 동참하기로 하고 당원 총동원령을 내렸다.
촛불집회를 주최하는 1500여개 시민단체 연합인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오후 5시부터 종로, 을지로 등 다섯 갈래로 나눠 행진한다. 1차, 2차 촛불집회 때와 달리 도심 전방으로 행진한다. 3차 촛불집회가 ‘최순실 정국’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00년대 들어 최대 규모 시위
집회를 준비하는 주최 측과 대비하는 경찰 간 신경전은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주최 측은 일찌감치 서울광장부터 청와대에서 200m 거리인 청운효자동주민센터까지 행진하겠다고 신고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까지만 행진을 허용하겠다고 주최 측에 통보했다. 청와대로 진입하는 길목인 종로구 내자동로터리를 향하는 나머지 네 개 행진 신고에 대해선 각각 신문로빌딩, 국민은행 광화문역지점, 조계사 인근 선일빌딩, 낙원동 부남빌딩까지만 행진하는 것을 허용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경찰은 청와대 인근 집회를 불허하는 대신 세종대로, 종로, 을지로, 신문로 등 네 개 서울 도심 주요 도로를 시위대에게 열어주기로 했다. 종로, 서대문, 을지로 일대 차량 통행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최 측은 1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찰의 행진 제한 통보는 위헌·위법이라고 판단돼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청운효자동주민센터까지는 아니더라도 청와대 방면으로 들어가는 길목인 경복궁역 삼거리까지는 행진한다는 방침이다.
주최 측은 “철저하게 평화 행진을 하겠다”고 했지만 경찰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강경 시민단체 등이 ‘청와대 행진’을 주장하고 있어 앞선 촛불집회와 달리 시위대와 경찰 간 물리적 충돌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어서다.
경찰은 272개 중대 2만5000명을 투입할 예정이다. 물리적으로 동원 가능한 경찰관을 모두 차출한다. 수십만명이 모인 시위 현장에서 만에 하나 폭력사태가 발생하면 자칫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흐를 수 있어서다.
‘청와대 행진’ 강행 우려
‘청와대 방면 행진’은 집회·시위 현장에 등장하는 단골 구호다. 강경 단체들은 촛불만으로는 의견을 관철시킬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2004년 이라크 파병반대 시위,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시위 등에서 이뤄진 평화적 촛불시위가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고 주장한다. 동아시아연구원이 1988년부터 2007년까지 20년간 집회를 분석한 결과 폭력을 수반한 불법시위의 경우 요구 수용(전면수용·부분수용·수용약속 포함) 비중이 42.4%인 반면 합법시위 땐 28.2%에 불과했다고 근거를 댄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11조에선 청와대 100m 이내를 집회·시위 금지구역으로 정하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별도의 거리 제한 규정이 없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집시법이 1963년 제정됐을 땐 집회·시위 금지 범위가 200m 이내였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집회시위 자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국회는 1989년 제한 범위를 100m 이내로 개정했다.
청와대에서 200m 떨어진 청운효자동주민센터는 경찰의 최종 저지선이다. 실제로는 청와대에서 1㎞가량 떨어진 광화문광장에 차벽을 세우고 시위대 진입을 막는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300명도 아니고 수만명이 청와대 앞에 모이면 어떤 일이 터질지 장담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시위대의 청와대 방면 행진은 대부분 물리적 충돌로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열린 민중총궐기에선 청와대 쪽으로 진출하려던 13만명의 시위대와 경찰이 광화문에서 충돌해 폭력사태가 빚어졌다. 지난 9월25일 고(故)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것도 이때다.
한 시민단체 활동가는 “3차 촛불집회는 특정 단체가 아니라 일반 시민이 주체”라며 “특정 집단 주도의 행진으로 폭력사태가 벌어지면 책임 소재와 관계없이 촛불집회의 동력을 꺼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