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딸, 손자와 손녀에게 좀 더 나은 시대를 물려주고 싶었던 기성세대는 어찌 된 것인지 다음 세대에게 ‘평생 노동시대’를 물려주게 됐다. 정보의 발달과 자본집약적 산업들은 노동의 군집과 부의 편향적 결과를 나타냈다. 정보와 문화에 대한 접근성은 향상됐고, 새로운 것들은 빠르게 공유되는 소셜네트워크 시대를 살게 됐지만, 인간의 역할과 존엄성은 역으로 그 빛을 잃는 퇴행의 역사를 밟아가는 듯 보인다. 기성세대들이 향유했던 문화적 풍요도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에 휘둘려 일탈과 획일화, 자극에 더 익숙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남들과 비교하며 치열한 경쟁 속에 있는 청년들은 언제나 입시와 취업의 강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벗어나고 싶다’ ‘자유롭고 싶다’ ‘사는 것이 힘들다’ ‘나는 왜 존재하고 있는가’와 같은 고민과 문제가 어른들의 전유물이었던 시대는 지났다. 청소년들은 더 빠르게 어둠과 고독, 전쟁 같은 삶을 배운다.

‘하루아침의 걱정이 아닌 평생의 근심을 걱정하라.’(김시습), ‘재능이 남만 못하다고 스스로 한계를 긋지 마라’(김득신), ‘배움은 반드시 의문을 일으켜야 한다. 의문을 일으키지 않으면 아는 것이 실하지 못하다. 의문을 일으킨다는 것은 우물쭈물 망설여 결정하지 못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렇게 하여 옳다는 것을 안다면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도 살펴야만 비로소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이익)

《옛 공부벌레들의 좌우명》은 우리가 꼭 가슴에 새기고, 우리의 중심을 잡아줄 만한 선현들의 글귀를 담은 책이다. 각박함과 상실감을 많이 느끼게 되는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들과 청년들이 쉽게 용기를 잃거나 좌절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권한다. 갈 곳이 없고 피할 곳도 없어 막막하게 느껴지는 현실이지만, 어딘가 길이 있고 넓어지고 나아지는 시점이 있다. 가장 중요한 원리와 가치는 환경에 따라 다른 형태로 다르게 보일 수 있지만, 실로 변하지 않는다. 책을 쓴 박수밀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는 “옛사람들이 깜깜한 어둠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자기만의 좌우명을 붙들고 삶을 지켜나갔듯이,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그 한마디를 통해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우리 고전 속에는 인간의 존엄성을 심어줄 수 있는 고매한 정신과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다. 하지만 고전은 마치 어려운 역사책의 일부이며, 한자라는 고지식한 언어의 응용편처럼 딱딱하고 심오한 장벽처럼 다가온다. 옛 선조들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한자’에 대한 이해와 ‘역사’에 대한 지식, 그 시대 ‘사상’에 대한 이해 등이 수반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 선현들의 맵시와 실용적이면서 가치 있는 정신을 알기 쉽게 전한다. 짧은 단편으로 절제된 문구와 구어체를 적절히 섞은 글들은 선현들의 마음을 구구절절 읽어낸 듯 가슴에 콕콕 박힌다. 거친 세상을 살아가는 청년들이 이 책을 통해 평생을 배움으로 살아간 선현들의 지혜를 배워 용기와 힘을 얻기를 바란다. (박수밀 지음, 샘터, 234쪽, 1만3000원)

박종범 < 은평뉴타운도서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