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정부가 '검은돈'을 근절하기 위해 고액권을 예고 없이 사용 중단시키고 신권으로 교체하는 '초강수'를 꺼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8일 오후 8시 30분께 TV로 방송된 대국민 담화에서 현행 500루피(8500원)와 1000루피(1만7000원) 지폐를 9일 0시부터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신 도안을 바꾼 500루피 신권을 발행하며 1000루피 지폐는 없애고 대신 2000루피 지폐를 새로 발행하기로 했다. 인도중앙은행(RBI)은 신권 지폐의 도안을 총리 담화에 맞춰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현재 소지한 500·1000루피 구권 지폐는 다음 달 30일까지 은행과 우체국에 입금하도록 했다. 급격한 혼란을 피하기 위해 병원, 장례식장, 화장장, 주유소, 열차·버스 매표소 등에서는 앞으로 사흘간 구권 지폐를 받도록 했다.

이번 조치를 준비할 시간을 주기 위해 9일 하루 은행들은 영업을 하지 않으며, 당분간 현금인출 상한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화폐 가치는 변함이 없으며 신용카드, 직불카드, 수표 등은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모디 총리는 "취임후 2년 반 동안 검은돈을 없애기 위해 많은 조치를 했지만, 인도의 부패 방지 순위는 여전히 세계 76위에 머물고 있다" 며 "부패와 검은돈은 우리나라의 뿌리 깊은 질병이자 성공의 장애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경 지역 테러범들이 500루피 위조지폐를 만들어 자금을 조달한다면서 이번 조치가 테러 방지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과 산업계는 대부분 검은돈 근절을 위한 "혁명적이고 단호한 조치"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번 조치가 원만하게 이행될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일간 인디언 익스프레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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