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제품개발 프로젝트 참여
영국 BBC는 지난 4일 제임스 다이슨의 이름을 딴 다이슨공대(DIT)가 내년 가을학기 영국 국내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문을 연다고 전했다. 다이슨이 다른 대학과 연계한 연구소나 학위 과정을 개설한 적은 있지만 독자 공대를 설립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이슨은 최근 수년 새 공식·비공식 석상에서 영국의 엔지니어 부족 현상과 기술 경쟁력의 한계에 대해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놨다. 하지만 영국 정부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다이슨이 공대를 설립하기로 행동에 나선 배경에는 엔지니어 부족과 영국 제조기업의 경쟁력이 한국 중국 인도에 밀리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영국 과학기술혁신 경쟁력은 5년째 12위권에 머물고 있다. 직장인 1000명당 연구원 수는 8.7명으로 한국(12.8명)보다 적은 세계 20위권에 머물고 있다. 다이슨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영국 사회에 제조업 기술 경쟁력과 인재 확보 문제에 대한 위기의식이 부족하다”며 “2020년까지 영국에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전자공학 분야에 추가로 100만명의 엔지니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이슨공대는 다이슨 본사가 있는 영국 윌트셔 맘스버리에 들어선다. 설립에는 1500만파운드(약 214억원)가 들어간다. 4년제 학위 과정은 당분간 영국 워윅대와 함께 운영한다. 학비는 무료다. 대신 학생들은 교수와 연구 스태프의 지도를 받아 제품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전원 참여하고 급여를 받는다. 내년 하반기 시작하는 첫 학기에는 25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여기서 개발된 제품은 생산해 판매할 예정이다.
다이슨공대는 미래 중점 기술로 로봇 분야를 육성하기로 했다. 주변 환경과 결합해 스마트한 기능을 갖춘 자동화된 미래 기계와 시스템 분야를 주도할 핵심 인재 양성을 목표로 삼았다. 차량과 모바일 기기 등 여러 방면에서 활용될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과 전문 인력 양성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다이슨은 “살아있는 현장의 프로젝트를 직접 해볼 수 있다는 것이 다이슨공대의 큰 장점”이라며 “다이슨공대 모델을 통해 학문적 이론과 함께 전문가로 성장할 지름길을 제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