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고객의 목소리에 답이 있다
일명 ‘애플빠’라고 불리는 애플의 마니아들은 신제품이 나오면 해당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매장 앞에서 밤새도록 줄을 선다. 그리고 제품을 받으면 개인 계정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애플 제품을 홍보하고, 다른 제품과 비교하며 장점을 철저하게 분석한다. 이들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즐기는 것이 특징이다. 이렇듯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높은 신뢰를 보이며, 주변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추천하는 고객을 ‘충성고객’이라고 부른다. 충성고객은 별도 설명이 없어도 기업의 성질을 이해하고, 이미 긍정적인 경험을 했을 가능성이 높아 기업으로서는 반드시 잡아야 하는 고객이기도 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장이 점차 커지고 세분화되는 등 경쟁이 심해지면서 충성고객도 언젠가 등을 돌릴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기업에서는 항상 고객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고객이 우리 기업에서 어떤 것을 충족하고자 하는지 등을 파악해 고객에게 세심한 이해와 배려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시스템의 한계로 고객과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기업에서 마케팅을 기획해도 그 결과를 어느 정도 ‘감(感)’에 의존해야만 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체계적인 전산 시스템과 SNS 같은 소통 창구가 발달해 언제, 어디서나 고객이 원하는 방향에 맞춰 마케팅 할 수 있다.

실제로 고객의 의견에 따라 신제품 출시나 프로모션을 해 성공한 기업도 있다. 만우절에 SNS에서 오가던 농담을 제품으로 출시해 이슈가 되면서 높은 매출을 기록한 기업도 있고, 반복적으로 접수되는 불만 요소를 개선해 기존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서비스로 업그레이드해 고객의 호평을 받은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무조건 고객의 목소리를 들으면 다 성공할 수 있는가? 그건 절대 아니다. 앞서 말한 기업의 성공 사례는 ‘제대로’ 들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단순히 고객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고객의 메시지 뒤에 숨겨진 의도를 빠르게 파악하고 피드백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고객은 벽에 이야기하는 것처럼 답답할 수밖에 없고 계속되면 기업에 목소리를 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스티븐 리 < 한국피자헛 대표 phkceo@yu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