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용 반도체 세계 1위 생산회사인 퀄컴이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NXP를 470억달러(약 53조8000억원)에 인수하기로 27일 합의했다.

470억달러는 부채를 포함한 금액이며 부채를 제외한 인수가격은 390억달러(약 44조6000억원) 정도다. 26일 종가 대비 11%, 월스트리트저널이 NXP 인수 추진을 처음 보도한 지난 9월29일 직전 종가 대비로는 34% 높은 금액이다.

반도체업계 인수합병(M&A) 역사상 가장 큰 규모다. 종전 반도체업계 최고 기록은 싱가포르 아바고가 미국 브로드컴을 370억달러에 산 것이다. 정보기술(IT)업계 M&A를 통틀었을 때는 델의 EMC 인수(600억달러)에 이어 2위다.

NXP는 필립스와 모토로라의 반도체부문이 분사해 2006년 설립된 회사다. 자동차 에어백,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신분확인 카드, 교통카드, 스마트폰 결제 시스템 등에 들어가는 자유규격 형태 칩을 주로 생산한다. 지난해 매출은 61억달러(약 7조원), 영업이익은 16억8000만달러(약 2조원), 순이익은 14억달러(약 1조6000억원)였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용 반도체에 주력했던 퀄컴이 NXP를 인수하는 것은 자율주행차 시대가 열리는 것과 관련이 깊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다만 일부 애널리스트는 60년 전통을 지닌 NXP의 생산공장이 낡아서 퀄컴 칩을 바로 생산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7월 일본 소프트뱅크가 반도체 회로를 설계하는 ARM홀딩스를 320억달러에 사기로 하는 등 반도체업계가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양사의 합병 성사 소식이 알려진 뒤 뉴욕시장 개장 초기 두 회사 주가는 상승세를 보였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