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아’는 어릴 때 북한을 탈출했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의 한 대학에 입학했다. 지도교수는 은아에게 자신의 조교를 ‘멘토’로 소개해줬다. 은아는 멘토 언니와 공부도 하고, 분식도 먹으러 다녔다. 친언니가 생긴 것처럼 마음이 든든했다. 하지만 한 학기가 끝나자 멘토 언니는 이렇게 말했다. “나 이제 조교 학점 다 받고 네 멘토 끝났어. 이제 나한테 연락하지 말고 새 멘토에게 물어볼래?”

26일 오후 국민대 예술관 소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달콤한 철쭉’의 일부다. 탈북대학생의 남한 체험 이야기를 소재로 다뤘다. 배우 안세현 씨(25)는 멘토 언니에게 버림받은 은아 역을 맡았다. 안씨는 함경북도 청진 출신으로 가족과 함께 2014년 남한으로 건너온 탈북자다.

이 뮤지컬은 국민대의 한반도미래연구원(원장 김주현) 주최로 열렸다. 정경희 공연예술학부 교수(사진)가 기획과 제작 총괄을 맡았다. 정 교수는 2011년부터 탈북민 대안학교에 장학금을 후원하고 학생들과 작은 창작뮤지컬을 무대에 올려온 공연분야의 ‘통일 전도사’다. 올해부턴 한반도미래연구원과 힘을 합쳐 ‘달콤한 철쭉’을 공연하고 있다. 정 교수는 “공연을 통해 탈북 출신 배우는 스스로의 마음을 치유하고 관객은 탈북자의 상처받은 마음을 헤아리게 된다”며 “탈북자와 남한 출신 학생의 마음이 서로 통하는 것부터가 통일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