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과 관계 진솔하게 밝혀야 한다"
거국내각 구성 일리 있지만 호떡집 불난 듯 처리하면 안돼
민심 이반 눈에 보일 정도…개헌 논의, 청와대는 손 떼야
김 전 의장은 이날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대한민국이 좌초되거나 파산할 우려가 생기는 대단히 심각한 사태가 벌어졌다. 이런 식으로 가면 국가적 혼란 상태를 불러온다”며 이같이 주문했다. 김 전 의장은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의 대폭 교체가 불가피하다”며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고 조언했다.
김 전 의장은 “이번 사건으로 민심이 이반하는 현상을 눈으로 볼 수 있고, 귀로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며 “마음을 비우려면 진솔한 태도로 이번 사태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김 전 의장은 “이 사태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박 대통령밖에 없다”며 “최씨와의 관계에 대해 직접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박 대통령이 지난 25일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이게 아닌데’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을 것”이라며 “뭔가 숨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진지하게 나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장은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내각 총사퇴와 거국내각 구성에 대해 “일리 있다”면서도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면 돌파용, 국면 호도용으로 바라보고 있는 시각을 180도 바꾸지 않으면 거국내각을 해도 소용없다”고 했다. 또 “대통령이 생각하는 인물로 해선 안 된다”며 “대통령 손을 떠나, 절체절명의 순간에 모든 것을 비우겠다는 자세로 수습해야 한다”고 거듭 주문했다.
김 전 의장은 “동북아 안보환경은 말할 것도 없고 국제 정세가 격동하고 있다”며 “이런 정세 속에서 내정마저 언론 표현을 빌리자면 비선에 의해 농단됐다. 국가체계를 흔드는 중차대한 오류를 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극히 일부의 잘못된 행태 때문에 국민들의 절망감을 더한다는 데 대해 대통령의 인식이 제대로 안 돼 있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아울러 “(비선라인이) 공권력을 개인적 권력의 수단으로 삼았다”며 “검찰의 신뢰가 무너졌고, 대통령 주변과 친인척을 특별 관리해야 할 민정수석실 자체가 엉망이 돼 버렸다. 국가 기둥인 공권력 핵심이 망가졌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일각에서 대통령 탈당 목소리가 나오는 데 대해 “대통령이 당에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탈당 자체가 목표가 될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탈당이 사태를 풀기 위한 하나의 거쳐가는 과정이 돼 버렸다”며 “대통령의 탈당 관행이 박 대통령에게 이어지지 않길 바랐는데, 이런 얘기들이 나와 서글퍼진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개헌을 제안한 데 대해선 “나 같은 ‘개헌 열렬 지지자’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할 정도로 국면 회피용으로 나왔다”며 “청와대는 손을 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위중한 사태라고 인식하고 내각과 청와대 참모들에게 ‘내 눈치 보지 말고 소신껏 일하라’고 지시해야 한다”며 “그래야 나라도, 대통령도 산다”고 했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