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전격 제안한 개헌론은 내년 대통령선거 구도를 근본부터 흔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내년 대선을 1년2개월가량 남긴 시점에서 개헌이라는 메가톤급 제안은 정치권을 요동치게 하고, 대선 레이스를 더욱 복잡하게 하는 변수가 될 수 있어서다.

개헌에 대한 찬성과 반대, 권력구조 개편 방향 등을 놓고 기존 정당의 경계선을 허물고 이합집산이 이뤄지면서 정치 지형을 바꿔 놓을 수 있다.

개헌 방향을 놓고 대선주자별로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이원집정부제, 내각제 등 의견이 다양하다. 정당별로 일치된 목소리가 나오지도 않고 있다. 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가 탄력받을 가능성도 있다.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 의도에 의구심을 나타낸 만큼 새누리당과 제3지대를 중심으로 개헌 논의가 활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제3지대에서는 민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고문,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빅텐트론’을 주장하며 ‘새한국의 비전’을 창립한 정의화 전 국회의장, 늘푸른한국당을 창당한 이재오 전 새누리당 의원 등이 개헌을 매개로 합종연횡을 꾀하고 있다. 이들은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과 민주당 친문(친문재인)계를 배제하고 제3지대에서 힘을 합치자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제3지대가 당장 힘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박 대통령이 치고 나오면서 개헌론을 꾸준히 주장해온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등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가 당을 뛰쳐나와 제3지대로 갈 명분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은 대선 정국을 앞둔 정치권의 셈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며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가 ‘박근혜표 개헌’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만큼 지금으로선 대선 정국 흐름을 딱 집어서 전망하기 어렵고 유동성이 크다”고 말했다. 개헌 정국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여야 모두 집권 전략을 바꿔야 하고, 대권 잠룡들의 위상도 변화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전망이다.

야당은 대통령이 주도하는 개헌 정국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박 대통령이 반대할 땐 정부·여당을 흔들 이슈 중 하나로 개헌은 유효한 카드였다. 이제 대통령이 앞장서 개헌 정국을 이끈다면 야당과 야권 대선주자들은 ‘객(客)’으로 뒤처져 따라가는 형국이 조성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개헌 제안을 ‘권력형 비리’를 덮으려는 정국 전환용 계책이 아니냐는 의심을 제기했지만, 개헌 자체를 반대하지 못하는 것은 이런 정황과 무관치 않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