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점수 매기겠다더니…서울시, 8개월 만에 지수 개발 포기
박원순 서울시장(사진)이 지난 2월부터 야심차게 추진해온 ‘경제민주화 지수’ 개발이 8개월 만에 백지화됐다. 숫자로 경제민주화 달성도를 측정하려 했지만 ‘현실성이 없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따라 사업을 접기로 했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야권 예비후보들이 앞다퉈 경제민주화 카드를 들고 나온 상황에서 이들과 차별화하려는 박 시장의 구상이 차질을 빚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23일 “지난달 말 열린 제1차 경제민주화위원회에서 경제민주화 지수 개발사업을 백지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지수 개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2월11일 비정규직과 임차인, 소상공인, 전통시장 상인 등을 보호하는 내용을 담은 ‘경제민주화 선언’을 발표했다.

이 선언에는 △골목상권 보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불공정 거래관행 근절 등 16개 과제가 담겼다. 경제민주화 달성도를 구체적으로 측정한다는 취지로 상생, 공정, 노동 등 세 개 분야 경제민주화 지수 개발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경제주체 간 불공정 거래 및 근로자의 권익보호 수준 등 특정 분야에 대해 서울시가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다. 경제민주화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비판을 불식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지수 개발이 필요하다는 게 당시 서울시의 설명이었다.

서울시는 지난 5월과 9월 두 차례 ‘경제민주화 지수 개발을 위한 외부 연구기관 선정 입찰 공고’를 냈으나 유찰됐다.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 등에서도 지수 개발에 난색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당초 계획을 접고 경제민주화 정책에 대한 평가지수를 개발하기로 방향을 바꿨다. 특정 분야의 경제민주화 달성도를 점수로 매기는 대신 서울시가 추진한 정책만 평가할 계획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