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규제법안 '봇물'] 국회의 '규제 본능'…20대 개원 넉달만에 규제 1000건 쏟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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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채용 안하면 부담금·최고임금 제한 등
대부분 현실성 떨어져…통과 땐 거센 논란
"국회입법 과도…규제영향평가 받아야"
대부분 현실성 떨어져…통과 땐 거센 논란
"국회입법 과도…규제영향평가 받아야"
‘일정 비율 이상의 청년을 채용하지 않은 기업에 부담금을 매기고, 최고임금은 최저임금의 30배 이하로 제한하고….’
20대 국회 개원 넉 달 만에 의원발의 법안에 담긴 규제가 1000건을 돌파했다. 19대 국회보다 하루 평균 두 배 더 많은 수준이다. 국회가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규제프리존특별법 등 시급히 처리해야 할 규제완화 법안은 뒤로 미룬 채 새로운 규제를 양산하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 법안 ‘봇물’
23일 국무조정실과 법제처가 20대 국회 개원 이후 이달 17일까지 의원발의 법안 2660개를 전수 조사한 결과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한 내용을 담은 법안은 모두 533개로 집계됐다. 이들 법안이 양산할 규제 건수는 1017개에 달했다. 정치권이 137일 동안 하루 평균 7.4개꼴로 규제를 쏟아낸 셈이다.
19대 국회의 하루 평균인 3.8개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해당 법안 중 안전, 생명 등과 관련돼 필요한 규제도 있다. 난폭운전자에 대한 운수종사자 자격시험 제한, 응급실 출입자 기록 관리 의무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대다수 법안은 현실성과 실효성이 떨어지고 규제 내용이 과도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논란이 예상된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시 근로자 300명 이상의 민간기업이 매년 전체 근로자의 3% 이상을 청년으로 신규 채용하지 않으면 고용부담금을 부과하는 청년고용촉진특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최고임금을 최저임금의 30배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의 최고임금법안 개정안을 발의했다.
양금승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 인사권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우수 인력을 영입할 인센티브 제도를 무력화하는 법안들”이라며 “겉으로는 선한 의도를 가진 법안처럼 보이지만 시장을 왜곡해 오히려 전체 고용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규제를 담은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법안도 적지 않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물류시설의 개발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는 지역 상권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물류단지에 대형마트, 아울렛 등 대규모 점포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규제 쏟아내는 야3당
정당별로 보면 야당이 압도적으로 규제법안을 많이 내놨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20대 국회 개원 이후 지난달 21일까지 의원발의된 규제 법안의 72.5%를 야3당이 국회에 제출했다. 야3당의 의석수 비중(55.3%)을 감안하면 압도적이다. 민주당이 절반 이상(50.6%)의 규제 법안을 발의해 가장 많았다. 양 연구위원은 “국회가 여소야대로 바뀌면서 야당이 주장하는 경제민주화, 포퓰리즘 등을 담은 규제 법안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국회의 ‘규제 본능’ 때문에 정부의 규제 개혁 체감도는 떨어지고 있다. 규제개혁장관회의, 무역투자진흥회의 등을 통해 대통령이 직접 규제 개혁을 독려하고 있지만 국회에서 새로운 규제가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51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16년 규제개혁 인식 조사’에 따르면 올해 규제 개혁 체감도는 83.6으로 작년(84.2)보다 낮아졌다.
◆“의원발의도 규제 심사해야”
전문가들은 정치권에서 양산되는 규제를 막기 위해 정부입법처럼 의원입법도 규제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규제·입법 전문가 11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8.1%가 규제를 담은 의원입법을 따로 심사해야 한다고 답했다.
지난 8월 김종석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도 규제영향평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과잉 불량규제의 도입은 국민 생활과 국민 경제에 큰 부담과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20대 국회 개원 넉 달 만에 의원발의 법안에 담긴 규제가 1000건을 돌파했다. 19대 국회보다 하루 평균 두 배 더 많은 수준이다. 국회가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규제프리존특별법 등 시급히 처리해야 할 규제완화 법안은 뒤로 미룬 채 새로운 규제를 양산하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 법안 ‘봇물’
23일 국무조정실과 법제처가 20대 국회 개원 이후 이달 17일까지 의원발의 법안 2660개를 전수 조사한 결과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한 내용을 담은 법안은 모두 533개로 집계됐다. 이들 법안이 양산할 규제 건수는 1017개에 달했다. 정치권이 137일 동안 하루 평균 7.4개꼴로 규제를 쏟아낸 셈이다.
19대 국회의 하루 평균인 3.8개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해당 법안 중 안전, 생명 등과 관련돼 필요한 규제도 있다. 난폭운전자에 대한 운수종사자 자격시험 제한, 응급실 출입자 기록 관리 의무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대다수 법안은 현실성과 실효성이 떨어지고 규제 내용이 과도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논란이 예상된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시 근로자 300명 이상의 민간기업이 매년 전체 근로자의 3% 이상을 청년으로 신규 채용하지 않으면 고용부담금을 부과하는 청년고용촉진특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최고임금을 최저임금의 30배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의 최고임금법안 개정안을 발의했다.
양금승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 인사권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우수 인력을 영입할 인센티브 제도를 무력화하는 법안들”이라며 “겉으로는 선한 의도를 가진 법안처럼 보이지만 시장을 왜곡해 오히려 전체 고용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규제를 담은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법안도 적지 않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물류시설의 개발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는 지역 상권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물류단지에 대형마트, 아울렛 등 대규모 점포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규제 쏟아내는 야3당
정당별로 보면 야당이 압도적으로 규제법안을 많이 내놨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20대 국회 개원 이후 지난달 21일까지 의원발의된 규제 법안의 72.5%를 야3당이 국회에 제출했다. 야3당의 의석수 비중(55.3%)을 감안하면 압도적이다. 민주당이 절반 이상(50.6%)의 규제 법안을 발의해 가장 많았다. 양 연구위원은 “국회가 여소야대로 바뀌면서 야당이 주장하는 경제민주화, 포퓰리즘 등을 담은 규제 법안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국회의 ‘규제 본능’ 때문에 정부의 규제 개혁 체감도는 떨어지고 있다. 규제개혁장관회의, 무역투자진흥회의 등을 통해 대통령이 직접 규제 개혁을 독려하고 있지만 국회에서 새로운 규제가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51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16년 규제개혁 인식 조사’에 따르면 올해 규제 개혁 체감도는 83.6으로 작년(84.2)보다 낮아졌다.
◆“의원발의도 규제 심사해야”
전문가들은 정치권에서 양산되는 규제를 막기 위해 정부입법처럼 의원입법도 규제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규제·입법 전문가 11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8.1%가 규제를 담은 의원입법을 따로 심사해야 한다고 답했다.
지난 8월 김종석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도 규제영향평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과잉 불량규제의 도입은 국민 생활과 국민 경제에 큰 부담과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