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로 기존보다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정례회의 이후 가진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단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 7' 리콜 사태와 현대자동차 파업, 부정청탁방지법(김영란법) 시행 영향 등도 고려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7월 전망한 2.7%를 유지했다.

그는 "국내 경제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경제전망에 고려할 수 밖에 없다"며 "다만 단종 결정이 전망에 충분히 반영되진 않았고 영향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또다른 주력 수출기업인 현대자동차 파업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현대차그룹의 3개월(7~9월)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 규모는 14만대 수준, 전체 생산규모의 3%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신속히 노사가 협의점을 찾아 생산 차질을 만회하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지난달 말부터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도 경제 전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총재는 "부정청탁 금지법도 경제 전망 시 염두에 뒀다"며 "단기적으로는 일부 서비스업종을 중심으로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아직 법 적용의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것을 얼만큼 빨리 해소하느냐에 따라 효과는 달라질 수 있다"며 "영향을 좀 더 면밀히 살피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로 2.8%를 제시한 데 대해 "결코 '장밋빛 전망'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내년 세계경제가 회복세를 이어가며 교역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다, 수출 여건도 나아져 설비투자가 회복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2.7%를 달성하는 것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달과 비교해 경제상황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며 "기업 구조조정 등 하방 리스크가 상존해있지만 3분기 성장세가 예상에 부합한 흐름을 나타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관심이 쏠려있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선 "이미 연내 한 차례의 금리인상을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이 나왔다"며 "점도표(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17명이 생각하는 적정 금리 범위를 점으로 나타낸 도표)에 따르면 위원들은 내년 두 차례 인상하는 것이 적당하다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 총재는 미국 경제에 대해선 경계감을 드러냈다. 그는 "주요 선진국의 경기 회복세가 미약한데다 미국 경제 회복세도 뚜렷하진 않다"며 "금리인상에 따른 달러화 강세가 오히려 미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은 금통위는 이날 10월 기준금리를 연 1.25% 수준에서 '만장일치' 동결했다. 지난 6월 기준금리를 인하한 이후 넉 달째 동결 행진이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