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이 2년 만에 다시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중요 경영지표로 삼기로 한 고객수익률이 부진한 데다 하반기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자 비상경영체제를 재가동하기 시작했다. 삼성증권은 부동산펀드 등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해 고객 예탁자산 규모를 더 늘리고 고객수익률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고객수익률 지켜라"…삼성증권, 다시 '비상경영'
◆고객 예탁자산 증가세 ‘주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사진)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각 사업부에 위험(리스크) 대비 수익률이 좋은 투자상품을 적극 발굴하라고 지시했다. 기존 상품의 수익률이 낮아 고객 예탁자산 규모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6월 말 현재 삼성증권의 고객 예탁자산은 총 174조원 규모다. 업계 최고 수준이긴 하지만 가파른 증가세가 멈췄다는 점이 문제다. 2014년 2분기 말 120조원이던 고객 예탁자산은 1년 만인 작년 2분기 말 179조원으로 불었지만 이후 1년간 주춤하고 있다.

"고객수익률 지켜라"…삼성증권, 다시 '비상경영'
올 6월에는 그룹으로부터 고객수익률이 기대보다 낮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회사 대표 랩어카운트인 ‘팝(POP) UMA’의 초고위험 유형 모델포트폴리오는 8월 말 기준 직전 1년 수익률이 -4.17%로 부진했다. 윤 사장은 “회사에 혁신적인 상품이 없다”며 관련 부서 임직원을 강하게 질타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 하반기 순이익 규모가 상반기의 990억원 수준을 유지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란 내부 전망도 비상경영 가동의 계기가 됐다. 오는 12월 서울 서초동 삼성타운으로 이사하기 전에 전사적인 경영효율화 노력을 다하자는 의미도 있다는 후문이다.

삼성증권이 비상경영에 돌입한 것은 2014년 김석 사장 이후 2년 만이다. 2012년 당기순이익 1807억원으로 업계 3위를 기록했던 실적은 비상경영을 선언하기 직전인 2013년 240억원으로 크게 떨어졌다. 당시 삼성증권은 경영 효율화를 위해 점포 수 감축, 점포면적 축소, 임원경비 삭감, 임원의 항공기 이코노미석 탑승 의무화 등 강도 높은 비용 절감을 추진했다.

◆수익률 높은 상품발굴 주력

이번 비상경영 선언은 2년 전과 달리 비용절감 중심이 아니라는 게 삼성증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이익 규모를 늘리기 위한 비상경영이 아니어서 특별한 비용절감 조치를 취하진 않았다”며 “고객 중심 경영이라는 목표가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새로운 상품 발굴에 힘쓰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은 고객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내년 6월 사모형 부동산펀드를 내놓을 예정이다. 8월 삼성증권이 삼성SRA자산운용 등과 함께 9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독일 최고층 빌딩인 코메르츠방크타워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모집한도는 4000억원가량으로 계획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5년 뒤 코메르츠방크타워를 매각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사모펀드 설정 기간도 5년일 가능성이 높다.

증권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스위스계 사모펀드 운용사 파트너스그룹과 손잡고 해외 대체투자 사모펀드 출시도 앞두고 있다. 파트너스그룹은 총운용자산(AUM) 규모가 550억달러(약 60조원)에 이르는 대체투자전문 사모펀드 운용사다. 삼성증권은 다음달 파트너스그룹이 운용하는 해외 대체투자 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 펀드(펀드오브펀드)를 내놓을 예정이다. 예상 수익률은 연 8%가량이다.

나수지/임도원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