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술 앞세워 재기 꿈꾸는 이희장 씰링크 사장
재기캠프 입소 '절치부심'…500만원 빚 내 사업 재개
대기업 협력사에 납품…벤처 투자자금 속속 유치
국제 특허 출원 채비도
폭발사고 위험 없고 유지·보수 쉬워 비용 절감
이희장 씰링크 사장 얘기다. 씰링크는 직원이 4명에 불과한 소기업이지만 ‘무윤활 방식 회전축 밀폐장치’라는 제품을 개발해 투자 유치에 이어 국내외 굴지의 전자업체 협력사에 납품을 시작했다. 이 사장은 “국제 특허 출원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이 씰링크를 설립한 것은 2014년 3월. 연리 29%짜리 카드론으로 500만원을 대출받아 재기에 나섰다. 서울 구로디지털밸리에 있는 벤처기업협회의 서울벤처인큐베이터가 보금자리였다. 월 3만원을 내고 공유 사무실을 확보했다. 6개월 뒤엔 서울 노원구에 있는 인덕대 창업선도대학관에 무료 입소해 제품 개발에 나섰다.
그가 고안한 무윤활 방식 회전축 밀폐장치는 윤활유를 쓰지 않고 화학공정을 밀폐할 수 있는 ‘머캐니컬 실 유닛(mechanical seal unit)’이다. 이 사장은 “화학공정 등에서 쓰는 기존 머캐니컬 실 유닛은 ‘면(面)접촉’으로 밀폐하는 방식이어서 윤활유를 반드시 사용해야 하지만 씰링크 제품은 선(線)접촉 방식이어서 윤활유가 필요없다”고 밝혔다. 이어 “폭발사고 위험이 없고 유지·보수가 간편하며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국내 특허를 출원하고 국제 특허 출원도 준비하고 있다. 구본성 변리사(특허법인 무한)는 “기술이 독창적이어서 미국 일본 중국 및 유럽 특허 출원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 유치도 이어졌다. 그는 “창업 첫해에 포스코벤처파트너스에서 5000만원을 투자받은 데 이어 올해 5월엔 삼성벤처투자에서 2억원을 지원받았다”고 설명했다. 작년 말 벤처기업협회 주최로 열린 창업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도 받았다. 이 사장은 “올해 매출 목표를 3억원으로 잡고 있지만 밀폐장치가 소모품이어서 앞으로 매출이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 사장은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충남 공주 출신으로 충남대에서 화학 분야 학사 및 석사학위를 받고 기업체 연구원 생활을 한 그는 서울 구로동에서 ‘실링(sealing)재’를 수입 판매해 제법 돈을 벌었다. 하지만 사내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하루아침에 알거지로 전락했다. 그 충격으로 박사과정을 포기했다. 이 사장은 “당시 눈앞이 캄캄해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년 동안 재기를 꿈꾸며 각종 창업강좌를 들었다. 2013년 6월 남해안 죽도 실패 기업인들의 ‘재기캠프’에 들어간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이곳에서 4주간 넓은 바다를 바라보며 재기 의지를 다졌다.
그는 회사를 기술력 있는 ‘히든챔피언(글로벌 강소기업)’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그의 책상에는 독일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이 지은 ‘히든챔피언’ 관련 영어판 원서 두 권이 놓여 있다. 이 사장은 “독일 히든챔피언이 강한 이유는 원천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씰링크를 작지만 강한 기업으로 일궈내겠다”고 강조했다.
김낙훈 nhk@hankyung.com 중소기업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