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입맛' 당긴다…특급호텔로 들어온 '맛집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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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하얏트서울 ‘맛집골목’
레스토랑 4곳 특징
하얏트서울 ‘맛집골목’
레스토랑 4곳 특징
서울 용산구 이태원2동 ‘경리단길’. 옛 육군중앙경리단(현 국군재정관리단) 자리부터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까지 약 1㎞ 언덕길을 부르는 이름이다. 한식, 양식, 중식, 일식, 퓨전음식 같은 식사 메뉴부터 독일식 빵, 프랑스식 케이크, 아프리카 희귀 원두로 내린 드립커피까지 다양한 먹거리가 있는 길이다. 주말이면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주변 지역 상권의 소비자들을 강력하게 빨아들인다고 해서 ‘블랙홀’로도 불린다. 최근 몇 년간 경리단길 인기에 고민이 깊어진 곳이 있다.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이다. 이 호텔은 경리단길 끝자락에 자리잡고 있다. 국내외 비즈니스맨과 관광객이 주로 머무는 5성급 고급 호텔이다. 최근 2~3년 사이 큰 변화 중 하나는 이곳에 머무는 방문객들이 잠은 호텔에서 자지만 식사는 인근 경리단길에서 한다는 것이었다. 호텔 레스토랑 매출은 몇 년간 계속 줄고 있다. 소비자들은 지나치게 문턱이 높은 호텔 레스토랑에 오지 않는다. 호텔에 머무는 방문객도 가까운 경리단길의 이름난 음식점을 찾으며 나타난 결과였다.
“골목 느낌 나는 친근한 레스토랑 만들 것”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은 고심 끝에 답을 찾았다. 국내 호텔로는 처음 골목길 콘셉트의 신개념 미식공간을 꾸민 것. 이를 위해 호텔 측은 1978년부터 지하 1층에 운영하던 180석 규모의 일식집 ‘아카사카’를 허물었다. 그 자리에 30석 안팎의 소규모 레스토랑 4개와 꽃집을 넣었다. 모두 골목길에 자리잡고 있는 작은 가게 콘셉트다.
호텔 내 골목길 식당의 이름은 ‘322 소월로’다. 소월로 322는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의 주소다. 고급 외식의 대명사인 호텔 레스토랑이 이런 변신을 꾀한 이유는 위기감 때문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엄숙하고 딱딱한 분위기의 호텔 레스토랑을 더 이상 최고의 식사장소로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젊은 층은 피하기 시작했다는 게 호텔 측 분석이다. 322 소월로를 기획한 안드레아 스탈더 그랜드하얏트 아시아태평양 식음운영전략 부사장은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식음료 문화가 발전하고 있는 역동적인 나라”라며 “기존의 큰 규모와 무거운 격식의 호텔 레스토랑 대신 편안한 분위기와 맛으로 단골 방문객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살아 있는 골목 느낌의 친근한 레스토랑으로 꾸미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가격 기존 호텔 레스토랑보다 30% 저렴
이 골목길 안에는 스시(초밥) 전문점인 ‘카우리’, 스테이크 전문점 ‘스테이크하우스’, 철판요리를 하는 ‘데판’, 꼬치구이 전문점 ‘덴카이’가 자리잡았다. 가장 큰 변화는 가격이다. 카우리의 광어 초밥은 한 접시에 6000원, 덴카이의 닭 허벅지살 꼬치 하나는 5000원이다. 데판의 철판요리 단품은 1만~4만원대까지 가격대가 다양하다. 푸아그라와 딤섬 등 코스요리는 평균 10만원 중반에 판매한다. 서울시내 전망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스테이크하우스의 스테이크는 6만원대다. 기존 5성급 호텔 레스토랑의 비슷한 메뉴와 비교하면 30%가량 저렴하다고 하얏트호텔 측은 설명했다. 박현석 322 소월로 책임은 “기존 호텔 VIP들의 원성을 살 정도로 저렴한 가격에 메뉴를 선보이자는 게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이라며 “덴카이의 경우 꼬치 4개에 맥주 한 잔을 시켜도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을 정도로 가격이 저렴하다”고 강조했다. 셰프와 소통·메뉴도 캐주얼하게
두 번째는 주방에서 식탁까지 거리를 최소화했다. 기존 호텔 레스토랑은 주방에서 조리된 음식을 홀 서버를 통해 소비자에게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음식은 식고 소비자의 요구가 곧장 셰프에게 전달되지 못했다. 322 소월로의 레스토랑은 모두 오픈키친 형식이다. 테이블 대부분이 바(bar) 형식으로 이뤄져 바로 앞에서 셰프들의 요리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이희준 데판 셰프는 “방문객이 셰프와 소통하며 자신의 취향을 반영한 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며 “기존 호텔 레스토랑과 달리 친근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식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기존 호텔 레스토랑이 고수하던 식재료를 바꾼 것도 또 다른 변화다. 스시 전문점 카우리에선 활어회에 불을 댄 직화스시가 주메뉴 중 하나다. 신선한 생선회만을 강조하고 활어회에 불을 활용한 조리를 금기시하고 있는 기존 호텔 일식집과는 다른 길을 택했다.
김영옥 하얏트호텔 홍보팀장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메뉴의 요리를 선보여 호텔 레스토랑의 문턱을 낮추고 젊은 층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은 고심 끝에 답을 찾았다. 국내 호텔로는 처음 골목길 콘셉트의 신개념 미식공간을 꾸민 것. 이를 위해 호텔 측은 1978년부터 지하 1층에 운영하던 180석 규모의 일식집 ‘아카사카’를 허물었다. 그 자리에 30석 안팎의 소규모 레스토랑 4개와 꽃집을 넣었다. 모두 골목길에 자리잡고 있는 작은 가게 콘셉트다.
호텔 내 골목길 식당의 이름은 ‘322 소월로’다. 소월로 322는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의 주소다. 고급 외식의 대명사인 호텔 레스토랑이 이런 변신을 꾀한 이유는 위기감 때문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엄숙하고 딱딱한 분위기의 호텔 레스토랑을 더 이상 최고의 식사장소로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젊은 층은 피하기 시작했다는 게 호텔 측 분석이다. 322 소월로를 기획한 안드레아 스탈더 그랜드하얏트 아시아태평양 식음운영전략 부사장은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식음료 문화가 발전하고 있는 역동적인 나라”라며 “기존의 큰 규모와 무거운 격식의 호텔 레스토랑 대신 편안한 분위기와 맛으로 단골 방문객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살아 있는 골목 느낌의 친근한 레스토랑으로 꾸미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가격 기존 호텔 레스토랑보다 30% 저렴
이 골목길 안에는 스시(초밥) 전문점인 ‘카우리’, 스테이크 전문점 ‘스테이크하우스’, 철판요리를 하는 ‘데판’, 꼬치구이 전문점 ‘덴카이’가 자리잡았다. 가장 큰 변화는 가격이다. 카우리의 광어 초밥은 한 접시에 6000원, 덴카이의 닭 허벅지살 꼬치 하나는 5000원이다. 데판의 철판요리 단품은 1만~4만원대까지 가격대가 다양하다. 푸아그라와 딤섬 등 코스요리는 평균 10만원 중반에 판매한다. 서울시내 전망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스테이크하우스의 스테이크는 6만원대다. 기존 5성급 호텔 레스토랑의 비슷한 메뉴와 비교하면 30%가량 저렴하다고 하얏트호텔 측은 설명했다. 박현석 322 소월로 책임은 “기존 호텔 VIP들의 원성을 살 정도로 저렴한 가격에 메뉴를 선보이자는 게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이라며 “덴카이의 경우 꼬치 4개에 맥주 한 잔을 시켜도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을 정도로 가격이 저렴하다”고 강조했다. 셰프와 소통·메뉴도 캐주얼하게
두 번째는 주방에서 식탁까지 거리를 최소화했다. 기존 호텔 레스토랑은 주방에서 조리된 음식을 홀 서버를 통해 소비자에게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음식은 식고 소비자의 요구가 곧장 셰프에게 전달되지 못했다. 322 소월로의 레스토랑은 모두 오픈키친 형식이다. 테이블 대부분이 바(bar) 형식으로 이뤄져 바로 앞에서 셰프들의 요리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이희준 데판 셰프는 “방문객이 셰프와 소통하며 자신의 취향을 반영한 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며 “기존 호텔 레스토랑과 달리 친근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식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기존 호텔 레스토랑이 고수하던 식재료를 바꾼 것도 또 다른 변화다. 스시 전문점 카우리에선 활어회에 불을 댄 직화스시가 주메뉴 중 하나다. 신선한 생선회만을 강조하고 활어회에 불을 활용한 조리를 금기시하고 있는 기존 호텔 일식집과는 다른 길을 택했다.
김영옥 하얏트호텔 홍보팀장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메뉴의 요리를 선보여 호텔 레스토랑의 문턱을 낮추고 젊은 층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