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홍 세경의료재단 새빛안과병원 원장(사진)은 2003년 경기 일산 백석동에 지상 7층 규모 새빛안과의원을 열었다. 설계와 건축에만 3년이 걸렸다. 안과 전문병원 개념도 없을 때다. 주변에서는 “욕심내면 망한다”며 “안과는 일부 층만 쓰고 나머지는 임대하라”고 말렸다. 그러나 박 원장은 “제대로 된 안과병원이 되려면 검사·수술장비를 모두 갖춰야 한다”며 밀어붙였다.

개원 첫날 40명의 환자를 봤다. 1994년 일산 마두동에 성모안과를 열고 하루 300명이 넘는 환자를 봤던 박 원장이지만 환자가 늘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도 됐다. 기본에 충실하면 환자가 알아줄 것이라는 생각에 묵묵히 진료했다. 환자가 늘어날 때마다 의사와 장비에 투자했다. 2005년 동네의원에서 병원이 됐다. 지금은 지하 1층, 지상 9층에 하루 800명 이상이 찾는 안과 전문병원이 됐다. 박 원장은 새빛안과병원을 “경기 내 대학병원보다 안과 환자가 더 많이 찾는 병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2030년까지 국내 최고 안과병원인 김안과와 어깨를 견줄 수 있는 국내 2대 안과병원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새빛안과병원은 경기에서 가장 많은 안과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이다. 한 해 환자가 15만명이 넘는다. 안과 대표 수술인 백내장 수술은 3000건이나 했다.

의사 16명이 망막 녹내장 소아안과 성형안과 등 분야에서 진료한다. 각 분야 전문 의료진이 치료하기 때문에 대학병원 등에서도 망막 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가 생기면 이 병원으로 보낸다.

박 원장은 ‘국내 1호’ 타이틀이 많은 의사다. 1998년 노안 수술인 공막 확장술을 국내에서 제일 먼저 했다. 2003년에는 중국에서 안과 전문의 면허를 딴 첫 한국인 의사가 됐다. 다른 병원은 근시, 난시만 되는 기기를 도입할 때 한국에선 처음으로 원시 수술도 가능한 기기를 들여왔다. 환자 눈을 보는 세극등 현미경, 수술하는 레이저 장비 등은 모두 최신 장비로 구비한다. 박 원장은 “차별화된 병원이 되려면 수술 결과가 좋아야 한다”며 “안과는 질환 특성상 기기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의료진이 최신 기술을 익히는 데는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의료진과 직원 중 매년 3~4명을 선발해 해외 학회에 보낸다. 자기계발금도 지원해 직원이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장려한다. 생일을 맞은 직원에게는 ‘당신의 성장을 통한 새빛의 도약을 기대한다’는 문구가 담긴 카드를 보낸다. 보직자들과 함께 수시로 워크숍도 한다.

박 원장은 세상에 베푸는 병원이 되는 것을 경영 철학으로 삼고 있다. 이 병원서 눈 수술을 받은 90세 강가강 할머니와의 인연을 통해서다. 차상위계층이던 강 할머니는 봉사자와 함께 무료 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으면서도 보답을 잊지 않았다. 박 원장은 그를 보며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병원이 돼야겠다”고 다짐했다.

박 원장은 “매년 7700만원가량의 예산을 편성해 무료 수술을 하고 있다”며 “해외 의료봉사, 1사1촌 돕기 참가 등으로 사랑의 향기를 전하는 병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2병원을 열고 해외 환자 유치에도 힘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산=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