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학대학의 현행 ‘2+4 학제’를 학부 6년제로 바꾸자는 주장이 나왔다. 대학 2학년까지 수료한 뒤 약대에 편입해 4년간 공부하는 시스템 때문에 우수학생이 대거 이탈, 기초과학 붕괴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약학교육협의회와 전국자연과학대학장협의회는 지난 5일 공동성명을 통해 약대입문자격시험(PEET) 경쟁률이 10대 1에 이르는 현실을 거론하며 “2+4 학제의 모순을 방치할 수 없다. 학제 개편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주장대로 학부 6년제로 바뀌면 의과대학과 유사하게 고교 졸업 후 곧바로 약대에 입학해 공부하게 된다.

논리는 수긍할 만하다. 당초 약대가 6년제로 바뀐 것은 신약 개발 등 산업 수요를 소화할 약사 인력을 키운다는 명분이 컸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임상약학, 즉 약국을 개업하는 약사 쪽으로 수요가 몰렸다. 근래 들어선 약대가 ‘약사 직업훈련소’로 전락했다는 자성도 흘러나왔다.

홍진태 충북대 약대 교수는 “당시엔 4년제에서 6년제로 바뀌어 전문성을 키울 수 있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런데 막상 2+4 학제를 해보니 제약 산업이 필요로 하는 전문인력보다는 돈 버는 임상 약사로의 쏠림현상이 발생하면서 당초 구상이 어그러진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인력 양성 경로가 너무 자주 바뀐다는 데 있다.

현행 약대 학제가 도입된 것은 2011년이다. 기존 4년제 과정을 2+4 학제의 6년제 과정으로 개편하고 채 6년이 지나지 않았는데 학제를 재조정하자는 요구가 나온 것이다. 따져보면 당시 대학에 입학해 2+4 학제로 약대에 진학한 첫 학생이 졸업하기도 전이다.

당장 의학전문대학원이 연상된다. 의전원도 도입 당시엔 나름의 취지가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의대 체제로 돌아갔다. 역시 10년도 채우지 못했다. 전문대학원이나 6년제 약대 유치 당시 대학들이 치열하게 각축을 벌인 점을 감안하면 허망하기까지 한 결과다.

현실을 들여다보자. 의전원이 도입되고서 화학·생명과학계열 학과들이 인기를 얻었다. 이들 학과에 입학하면 선수 과목 이수 뒤 의전원 진학에 유리하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한 결과였다. 대부분 의전원이 의대 체제로 복귀한 뒤에는 상당수가 약대 수요로 이동했다.

학생들이 해당 학과를 의전원 또는 약대 준비반으로 인식하는 상황에서 기초과학 토대의 전문인력을 길러내겠다는 타깃팅 자체가 현실성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입시전문가들은 “화학·생명과학 전공은 이공계에서 그리 인기가 높은 편이 아니었다. ‘의전원·약대 효과’로 뜬 학과인 셈”이라면서 “약대가 학부 6년제로 바뀌면 약대 선호도는 오르겠지만 기초과학 인재를 육성하는 자연과학 전공은 비인기학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결과적으로 10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행정으로 교육시스템만 크게 흔들어놓은 셈이 됐다. ‘수요를 제대로 파악해 정밀하게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의 부재다.

와중에 엄청난 규모의 글로벌 신약 개발 경쟁에서 앞서나갈 기회를 놓쳤을지도 모른다. 당시 학교간 약대 유치 경쟁에 골몰해 정작 시스템에 대한 고민은 소홀하지 않았는지, 그 바람에 유통기간이 겨우 몇 년밖에 안 되는 학제를 섣불리 택한 건 아닌지, 교육 당국과 대학들은 뼈아프게 되짚어봐야 한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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