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국, 사드배치 '속도전'…내년 상반기로 앞당겨
국방부가 30일 경북 성주군 롯데스카이힐 골프장을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부지로 확정함에 따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방어하기 위한 사드 배치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지난 7월13일 성주읍 인근 성산포대로 발표됐던 부지가 성주군민의 반발로 79일 만에 변경된 데다 이번에는 인근 김천시민이 반발하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성주골프장 부지는 골프장(96만㎡)과 임야(82만㎡)를 합해 178만㎡에 달한다. 성주읍에서 1.5㎞ 떨어진 성산포대와 달리 주변에 민가가 거의 없는 데다 도로 등 기반시설을 갖추고 있어 부지 가용성 평가 기준을 가장 충족한 것으로 평가됐다. 성주골프장은 롯데 측이 소유하고 있으며 부지 가격은 1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롯데 측으로부터 성주골프장 매입을 위한 협상을 벌일 예정이며, 국방부가 경기도에 소유한 골프장 혹은 토지와 맞바꾸는 ‘대토(代土)’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국방부와 협상 과정에서 주주를 고려해 배임이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승적 차원에서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롯데그룹 비리 혐의로 신동빈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가 추진되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와 롯데 간 협상은 조속히 마무리될 전망이다.

국방부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주한미군에 사드 부지뿐 아니라 사드 운용을 위한 기반시설도 제공해야 한다. 성주골프장은 기반시설을 갖추고 있어 공사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양국 당국자들은 최근 북한의 커지는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내년 말로 예정된 사드배치 시기를 앞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지난 27일 미 하원에 출석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거론하며 “사드 배치를 가속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성주군민 대부분은 골프장부지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반면 박보생 김천시장은 국방부와의 면담을 거부했으며 김천시민도 강력히 반발했다. 성주골프장과 김천시 농소면 노곡리 간 직선거리는 600여m 정도며 8.3㎞ 북쪽으로는 김천혁신도시가 자리하고 있어서다. 성주골프장 전방에 있는 김천시 3개 면·동 인구는 1만6000명에 달한다.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원회 김서업 사무국장은 “사전설명이 아니라 일방적인 통보”라며 “촛불시위를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천이 지역구인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나부터 사드와 가까운 곳으로 거주지를 옮겨 전자파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을 실천으로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시민들도 근거 없는 소문에 현혹되지 말고, 정부와 나를 믿고 대한민국을 위한 대승적 결단을 내려줄 것을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호소했다.

정태웅/성주=오경묵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