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원 식사 규정 질문 최다
"법률 모호…판례 쌓여야"
“학교장이 학교운영위원회 회의 후 격려차 업무추진비로 저녁 식사 제공이 가능한가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 사흘째인 30일. 이날도 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에는 김영란법 적용 대상 여부에 대한 문의가 쏟아졌다. 시행 첫날인 지난 28일부터 지금까지 온라인으로 접수된 것만 600건이 넘는다. 3만원 식사 규정에 대한 문의가 가장 많았다. 문의가 빗발치지만 권익위 댓글은 찾아볼 수 없다. 일부 댓글에는 “대체 언제 답을 해줄 수 있느냐”고 항의하는 글도 올라왔다. 한 대기업 홍보·대관 담당자는 “어차피 법에 관련된 문제인 만큼 법무팀이나 로펌에 문의하는 것이 빠르고 정확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유권해석을 담당하는 권익위에 물어볼 수가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28일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권익위는 가장 주목받는 기관이 됐다. 하지만 처음 시행되는 법률 특성상 모호한 점이 많은데도 인력 부족으로 쏟아지는 문의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9명이 전화, 공문, 홈페이지 문의를 즉각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여기에 유권해석을 담당하는 변호사 직원은 두 명뿐이다. 법률의 모호성 때문에 법조문에 따라 즉각 판단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어서 권익위로서도 명확한 답을 내놓기 쉽지 않다. 권익위 관계자는 “아직 답변을 못한 사례만 4000건이 넘는다”며 “법 시행에 따른 신고 사건 처리도 해야 하는 버거운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권익위 답변이 늦어지면서 공공조직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군 관계자는 “직접적인 업무 관련성이 없고 원활한 직무 수행을 위해서라면 3만원 이하의 식사가 가능하다고 알고 있지만 불안해 일단 지켜보고 있다”며 “아예 못하게 금지할 것이 아니면 허용되는 부분을 명확하게 알려줘야 하는데 권익위에 아무리 물어봐도 답이 없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기 때문에 시범 케이스가 나올 때까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기업 형사사건을 담당하는 한 변호사는 “같은 행위에 대해서도 법을 해석하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는데 이는 권익위 해석도 마찬가지”라며 “어차피 일정 기간 동안 판례가 쌓이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같은 성격의 행사라도 관에서 하는 사업과 민간에서 하는 사업에 대한 권익위 해석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란법 적발 사례가 나오더라도 어디까지가 위법이고, 사회 상규인지 확실한 구분은 결국 법원이 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