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도시 이야기-남원] 지리산 달리는 34㎞ 산악철도 건설…남원 '한국판 융프라우'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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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브랜드가 경쟁력이다 - '친환경 힐링도시' 남원 <하>
환경 보존과 관광객 유치 승부수…정령치·성삼재 사계절 방문 가능
연내 타당성 연구용역 끝내기로…행자부, 관계부처에 규제개혁 요청
"전세계 관광객 몰리는 명소 될 것"
환경 보존과 관광객 유치 승부수…정령치·성삼재 사계절 방문 가능
연내 타당성 연구용역 끝내기로…행자부, 관계부처에 규제개혁 요청
"전세계 관광객 몰리는 명소 될 것"
지리산은 1967년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해발 1916.7m의 천왕봉을 중심으로 능선 길이가 동서로 40㎞가 넘는 거대한 산악군을 형성한다. 높이 1500m 이상 봉우리가 18개, 1000m 이상은 40개에 달한다. 피아골 뱀사골 칠선 한신 등 4대 계곡은 국내 최고의 가을 단풍 절경을 자랑한다. 화엄사 쌍계사 등 국보와 보물을 간직한 대사찰과 수많은 암자가 지리산 자락에 안겨 있다.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으로 달라진다’고 해서 지리산(智異山)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지리산은 전북 남원시와 전남 구례군, 경남 산청·하동·함양군 등 3개도 5개 시·군에 걸쳐 있다. 지리산 총면적 440.4㎢ 중 남원시에 속한 면적이 107.8㎢로 5개 시·군 중 가장 넓다. 지리산의 대표 고개인 정령치(해발 1172m)까지 연결되는 횡단도로도 남원시 주천면에서 시작한다. 1988년 개통된 이 도로 덕분에 많은 시간이 걸리던 산행이 훨씬 수월해졌다. 지리산 등산 코스도 반나절, 하루, 1박2일 등으로 다양해졌다. 이 횡단도로는 연간 110만명이 찾는 인기도로가 됐다.
그러나 이 횡단도로는 남원시에 또 다른 숙제를 안겨줬다. 휴가철인 여름에 이곳을 찾는 차량이 급증하면서 소음과 매연 분진 등으로 지리산의 자연환경이 파괴되고 있어서다. 매년 100건이 넘는 로드킬(동물이 도로에서 자동차에 치여 죽는 사고)도 발생한다. 겨울철엔 도로가 얼어붙기 때문에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5개월 동안 차량 통행이 제한된다.
남원시가 지리산 환경 보존과 관광객 유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지리산산악철도 건설. 주천면 육모정~고기삼거리~정령치~달궁삼거리를 잇는 1구간(18㎞)인 지방도로 737호선과 달궁삼거리~성삼재~구례 천은사를 잇는 2구간(16㎞)인 지방도로 861호선에 총 34㎞의 산악철도를 놓는 프로젝트다. 전 세계에서 매년 수백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스위스 알프스산맥의 융프라우 산악열차를 벤치마킹했다. 국내에서 산악철도 건설이 추진되는 것은 처음이다.
산악철도 사업은 2013년 4월 남원시가 한국철도기술연구원과 산악철도 시범도입을 위한 기술교류 협약을 맺고 예비타당성조사 용역에 착수하면서 본격화됐다. 기존 도로를 활용해 친환경 녹색교통시스템인 트램(tram: 도로에 깔린 레일 위를 달리는 노면 전차) 방식으로 건설되기 때문에 환경파괴 우려가 거의 없다는 게 남원시의 설명이다.
트램은 급경사와 급곡선 등 지형조건에 관계없이 설치할 수 있다. 폭설과 결빙 등 궂은 날씨에도 운행할 수 있어 사계절 내내 지리산을 방문할 수 있게 된다.
구례 함양 등 인근 도시와의 지리산 관광객 유치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도 깔렸다. 등반코스가 제대로 조성되지 않았던 1980년대까지 남원은 관광객들이 지리산을 등반하기 위해 출발하던 곳이었다. 당시만 해도 주말만 되면 남원 곳곳에 등반객이 넘쳐 숙소를 잡기 힘들었다는 게 남원시의 설명이다. 이후 구례 및 함양 등지에서 출발하는 등산코스가 속속 생겨나면서 지리산 관광객도 분산되기 시작했다.
지리산산악철도 건설사업은 지난 3월 ‘산악철도에 국비를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궤도운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철도기술연구원에 발주한 지리산산악철도 조성을 위한 타당성 연구용역을 연말까지 끝내도록 할 방침이다.
걸림돌은 자연공원법이다. 현행 자연공원법은 공원자연보존지구 내 궤도설치는 2㎞ 이하로만 허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미 도로가 조성돼 있는 지리산산악철도 건설 부지는 공원자연보존지구에 속해 있다. 산악철도가 깔리려면 자연공원법을 개정해야 한다. 남원시는 전라북도와 함께 정부에 법 개정 등 규제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지난해 지리산산악철도 조기건설을 위해 환경부 등 관계부처에 협조를 요청했다.
이환주 남원시장은 “스위스 융프라우 열차처럼 산악열차가 운행하면 지리산이 전 세계 관광객들이 몰리는 명소가 될 것”이라며 “지역 주민을 위한 교통복지는 물론 국토균형개발 측면에서도 규제 개혁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남원=강경민/최성국 기자 kkm1026@hankyung.com
지리산은 전북 남원시와 전남 구례군, 경남 산청·하동·함양군 등 3개도 5개 시·군에 걸쳐 있다. 지리산 총면적 440.4㎢ 중 남원시에 속한 면적이 107.8㎢로 5개 시·군 중 가장 넓다. 지리산의 대표 고개인 정령치(해발 1172m)까지 연결되는 횡단도로도 남원시 주천면에서 시작한다. 1988년 개통된 이 도로 덕분에 많은 시간이 걸리던 산행이 훨씬 수월해졌다. 지리산 등산 코스도 반나절, 하루, 1박2일 등으로 다양해졌다. 이 횡단도로는 연간 110만명이 찾는 인기도로가 됐다.
그러나 이 횡단도로는 남원시에 또 다른 숙제를 안겨줬다. 휴가철인 여름에 이곳을 찾는 차량이 급증하면서 소음과 매연 분진 등으로 지리산의 자연환경이 파괴되고 있어서다. 매년 100건이 넘는 로드킬(동물이 도로에서 자동차에 치여 죽는 사고)도 발생한다. 겨울철엔 도로가 얼어붙기 때문에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5개월 동안 차량 통행이 제한된다.
남원시가 지리산 환경 보존과 관광객 유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지리산산악철도 건설. 주천면 육모정~고기삼거리~정령치~달궁삼거리를 잇는 1구간(18㎞)인 지방도로 737호선과 달궁삼거리~성삼재~구례 천은사를 잇는 2구간(16㎞)인 지방도로 861호선에 총 34㎞의 산악철도를 놓는 프로젝트다. 전 세계에서 매년 수백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스위스 알프스산맥의 융프라우 산악열차를 벤치마킹했다. 국내에서 산악철도 건설이 추진되는 것은 처음이다.
산악철도 사업은 2013년 4월 남원시가 한국철도기술연구원과 산악철도 시범도입을 위한 기술교류 협약을 맺고 예비타당성조사 용역에 착수하면서 본격화됐다. 기존 도로를 활용해 친환경 녹색교통시스템인 트램(tram: 도로에 깔린 레일 위를 달리는 노면 전차) 방식으로 건설되기 때문에 환경파괴 우려가 거의 없다는 게 남원시의 설명이다.
트램은 급경사와 급곡선 등 지형조건에 관계없이 설치할 수 있다. 폭설과 결빙 등 궂은 날씨에도 운행할 수 있어 사계절 내내 지리산을 방문할 수 있게 된다.
구례 함양 등 인근 도시와의 지리산 관광객 유치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도 깔렸다. 등반코스가 제대로 조성되지 않았던 1980년대까지 남원은 관광객들이 지리산을 등반하기 위해 출발하던 곳이었다. 당시만 해도 주말만 되면 남원 곳곳에 등반객이 넘쳐 숙소를 잡기 힘들었다는 게 남원시의 설명이다. 이후 구례 및 함양 등지에서 출발하는 등산코스가 속속 생겨나면서 지리산 관광객도 분산되기 시작했다.
지리산산악철도 건설사업은 지난 3월 ‘산악철도에 국비를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궤도운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철도기술연구원에 발주한 지리산산악철도 조성을 위한 타당성 연구용역을 연말까지 끝내도록 할 방침이다.
걸림돌은 자연공원법이다. 현행 자연공원법은 공원자연보존지구 내 궤도설치는 2㎞ 이하로만 허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미 도로가 조성돼 있는 지리산산악철도 건설 부지는 공원자연보존지구에 속해 있다. 산악철도가 깔리려면 자연공원법을 개정해야 한다. 남원시는 전라북도와 함께 정부에 법 개정 등 규제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지난해 지리산산악철도 조기건설을 위해 환경부 등 관계부처에 협조를 요청했다.
이환주 남원시장은 “스위스 융프라우 열차처럼 산악열차가 운행하면 지리산이 전 세계 관광객들이 몰리는 명소가 될 것”이라며 “지역 주민을 위한 교통복지는 물론 국토균형개발 측면에서도 규제 개혁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남원=강경민/최성국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