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40주년 맞은 고졸 신화 조성진 LG전자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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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반 LG전자 생산기술원에는 ‘고졸 세탁기 박사’에 대한 소문이 돌았다. 대부분 해외 유학파인 생산기술원 박사들보다 세탁기 관련 기술에 밝은 LG전자 직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당시 생산기술원에서 근무했던 서울대 모 교수는 “기술 토론을 하면 전문 연구원보다 깊은 지식을 갖춘 인물이었다”며 “해당 직원이 대학 교육을 받지 않았다고 전해져 더 화제가 됐다”고 전했다. 주인공은 당시 세탁기설계실 부장이던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가전 담당) 사장이다. 조 사장은 세탁기설계실을 맡는 동안 세탁기 통 밑에 부착하는 DD(다이렉트 드라이브)모터를 개발해 한국 세탁기의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2013년부터 H&A사업본부를 이끌며 올해 역대 최고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조 사장이 오는 26일 LG전자 입사 40주년을 맞는다. 용산공업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LG전자에 발을 들였던 스무살 젊은이가 현역으로 환갑을 맞게 된 것이다. LG전자 임직원으로는 가장 오래 회사를 다녔고 LG그룹 전체로도 그보다 입사가 빠른 임원을 찾기가 쉽지 않다. 많은 젊은이들이 ‘스펙 쌓기’에 애쓰는 시대에 고졸 학력으로 40년간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평소 직원들과의 대화 내용과 언론 인터뷰 등을 중심으로 그같은 삶이 가능했던 비결을 알아봤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DD모터·트윈워시 개발
조 사장은 40년 직장 생활 기간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DD모터를 적용한 세탁기 개발에 성공했을 때의 감격을 꼽는다. 1998년 이 기술 개발을 위해 조 사장은 공장에 침대와 주방시설까지 설치하고 밤낮으로 개발에 메달렸다. 그는 “이때가 LG전자가 세탁기 세계 1위로 올라서게 된 변곡점이 아니었나 한다”고 말했다.
8년간의 개발 끝에 드럼세탁기와 통돌이 세탁기를 결합한 ‘트윈워시’를 지난해 내놓은 것도 잊지 못할 순간이다. 조 사장은 “지금의 디자인이 탄생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아이디어 자체가 사장될 뻔 한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며 “시제품을 만들며 세탁기 두 개를 쌓아도 보고, 나란히 놓아도 보는 등 별별 시도를 다했다”고 전했다. 조 사장은 지금도 사석에서 “트윈워시를 자식처럼 아낀다”는 말을 자주 한다.
트윈워시 외에도 조 사장은 직접 제품 개발에 뛰어들어 여러 혁신제품의 성공을 이끈 바 있다. 의류관리기라는 새로운 가전의 영역을 연 ‘스타일러’나 2014년 8월 출시해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무선청소기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이같은 혁신을 거듭할 수 있는 비결로 집념을 꼽는다. “혁신적인 가전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어 왔고,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다. 시간을 아껴주고 공간을 조화롭게 만들 수 있는 가전제품은 혁신이 거듭될수록 거실문화와 주방문화를 바꿔놓을 수 있다.”
몇 달 전 기자와 만나서는 집념의 의미를 “엉덩이에 불이 붙은 것”으로 비유하기도 했다. “당장 무엇을 해야겠다는 집념이 생기면 엉덩이에 불이 붙듯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고 이것 저것 치열하게 고민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조 사장은 “가전이 고객의 삶을 바꿔놓을 때 생산자 입장에서는 큰 보람을 얻는 만큼 결국 혁신에 대한 집념은 고객에 대한 사랑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졸이 불편했던 적 없어”
고졸 출신 사장으로서 학력이나 스펙에 대해 특이한 철학도 갖고 있다. 그는 “적어도 LG전자에 입사한 이후에는 학력으로 차별을 받은 적이 없었다”며 학력이 걸림돌로 작용했던 적은 없다고 말한다. 2011년 조 사장은 “직원들이 회사에서 일하는 것을 보면 학력은 전체 능력의 20%정도만 말해 준다는 생각이 든다”며 “창원 공장에서 근무하는 지방대 출신들을 보면 열정과 승부욕이 얼마나 강한지 모른다”고 하기도 했다.
이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조 사장은 취업 전에 오랫동안 이력을 쌓기보다는 ‘선 직장 후 교육’의 필요하다고 본다. “전문지식이 갈급했던 때도 있었지만 현장에서 실무를 통해 지식을 쌓으며 충분히 보완할 수 있었다. 학교에서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며 현실과 동떨어진 개인 역량을 쌓기보단 직업 현장에서 실효성 있는 역량을 배양하는 것이 옳다. 기업 현장은 이론과 실제를 잘 결합하고 열정적인 성향의 독한 인재들이 성과를 내는 곳이다.”
○“직장 생활 어려워도 끈기 가져야 전문가로 성장”
40년간 한 직장에서 생활을 한 선배로서 조 사장은 쉽게 직장을 그만두거나 업무를 바꾸려는 후배 직장인들을 안타까워 한다. 그는 “여러 번 어려운 시기가 있었지만 LG전자는 핵심 부품인 모터와 컴프레서에 55년을 투자해 가전사업을 받치는 버팀목으로 성장시켰다”며 “‘1만 시간의 법칙’에서 보듯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꾸준히 투자해야 전문가로 인정 받거나 목표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직장생활의 비전은 남이 만들어 줄 수 없는 것”이라며 “내가 속해 있는 조직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자신의 꿈을 조직의 이해와 조율해 간다면 직장생활의 성공을 넘어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직장생활 40주년을 맞은 조 사장에게는 여전히 많은 과제가 주어져 있다. 올해 3월 런칭한 프리미엄 브랜드 ‘LG 시그니처’를 해외에서도 명품 브랜드로 정착시켜야 한다. 소비자 가전을 넘어 모터와 컴프레서를 중심으로 한 B2B(기업간 거래) 시장에서도 성과를 내야 한다.
조 사장은 이같은 과제에 임하는 각오를 지난 2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IFA) 2016’에서 밝혔다. 그는 “40년은 사람의 나이로 치면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이라며 “LG전자가 어떤 어려움에도 흔들림 없는 글로벌 리더로 확고히 자리매김하도록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2013년부터 H&A사업본부를 이끌며 올해 역대 최고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조 사장이 오는 26일 LG전자 입사 40주년을 맞는다. 용산공업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LG전자에 발을 들였던 스무살 젊은이가 현역으로 환갑을 맞게 된 것이다. LG전자 임직원으로는 가장 오래 회사를 다녔고 LG그룹 전체로도 그보다 입사가 빠른 임원을 찾기가 쉽지 않다. 많은 젊은이들이 ‘스펙 쌓기’에 애쓰는 시대에 고졸 학력으로 40년간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평소 직원들과의 대화 내용과 언론 인터뷰 등을 중심으로 그같은 삶이 가능했던 비결을 알아봤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DD모터·트윈워시 개발
조 사장은 40년 직장 생활 기간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DD모터를 적용한 세탁기 개발에 성공했을 때의 감격을 꼽는다. 1998년 이 기술 개발을 위해 조 사장은 공장에 침대와 주방시설까지 설치하고 밤낮으로 개발에 메달렸다. 그는 “이때가 LG전자가 세탁기 세계 1위로 올라서게 된 변곡점이 아니었나 한다”고 말했다.
8년간의 개발 끝에 드럼세탁기와 통돌이 세탁기를 결합한 ‘트윈워시’를 지난해 내놓은 것도 잊지 못할 순간이다. 조 사장은 “지금의 디자인이 탄생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아이디어 자체가 사장될 뻔 한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며 “시제품을 만들며 세탁기 두 개를 쌓아도 보고, 나란히 놓아도 보는 등 별별 시도를 다했다”고 전했다. 조 사장은 지금도 사석에서 “트윈워시를 자식처럼 아낀다”는 말을 자주 한다.
트윈워시 외에도 조 사장은 직접 제품 개발에 뛰어들어 여러 혁신제품의 성공을 이끈 바 있다. 의류관리기라는 새로운 가전의 영역을 연 ‘스타일러’나 2014년 8월 출시해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무선청소기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이같은 혁신을 거듭할 수 있는 비결로 집념을 꼽는다. “혁신적인 가전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어 왔고,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다. 시간을 아껴주고 공간을 조화롭게 만들 수 있는 가전제품은 혁신이 거듭될수록 거실문화와 주방문화를 바꿔놓을 수 있다.”
몇 달 전 기자와 만나서는 집념의 의미를 “엉덩이에 불이 붙은 것”으로 비유하기도 했다. “당장 무엇을 해야겠다는 집념이 생기면 엉덩이에 불이 붙듯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고 이것 저것 치열하게 고민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조 사장은 “가전이 고객의 삶을 바꿔놓을 때 생산자 입장에서는 큰 보람을 얻는 만큼 결국 혁신에 대한 집념은 고객에 대한 사랑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졸이 불편했던 적 없어”
고졸 출신 사장으로서 학력이나 스펙에 대해 특이한 철학도 갖고 있다. 그는 “적어도 LG전자에 입사한 이후에는 학력으로 차별을 받은 적이 없었다”며 학력이 걸림돌로 작용했던 적은 없다고 말한다. 2011년 조 사장은 “직원들이 회사에서 일하는 것을 보면 학력은 전체 능력의 20%정도만 말해 준다는 생각이 든다”며 “창원 공장에서 근무하는 지방대 출신들을 보면 열정과 승부욕이 얼마나 강한지 모른다”고 하기도 했다.
이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조 사장은 취업 전에 오랫동안 이력을 쌓기보다는 ‘선 직장 후 교육’의 필요하다고 본다. “전문지식이 갈급했던 때도 있었지만 현장에서 실무를 통해 지식을 쌓으며 충분히 보완할 수 있었다. 학교에서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며 현실과 동떨어진 개인 역량을 쌓기보단 직업 현장에서 실효성 있는 역량을 배양하는 것이 옳다. 기업 현장은 이론과 실제를 잘 결합하고 열정적인 성향의 독한 인재들이 성과를 내는 곳이다.”
○“직장 생활 어려워도 끈기 가져야 전문가로 성장”
40년간 한 직장에서 생활을 한 선배로서 조 사장은 쉽게 직장을 그만두거나 업무를 바꾸려는 후배 직장인들을 안타까워 한다. 그는 “여러 번 어려운 시기가 있었지만 LG전자는 핵심 부품인 모터와 컴프레서에 55년을 투자해 가전사업을 받치는 버팀목으로 성장시켰다”며 “‘1만 시간의 법칙’에서 보듯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꾸준히 투자해야 전문가로 인정 받거나 목표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직장생활의 비전은 남이 만들어 줄 수 없는 것”이라며 “내가 속해 있는 조직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자신의 꿈을 조직의 이해와 조율해 간다면 직장생활의 성공을 넘어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직장생활 40주년을 맞은 조 사장에게는 여전히 많은 과제가 주어져 있다. 올해 3월 런칭한 프리미엄 브랜드 ‘LG 시그니처’를 해외에서도 명품 브랜드로 정착시켜야 한다. 소비자 가전을 넘어 모터와 컴프레서를 중심으로 한 B2B(기업간 거래) 시장에서도 성과를 내야 한다.
조 사장은 이같은 과제에 임하는 각오를 지난 2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IFA) 2016’에서 밝혔다. 그는 “40년은 사람의 나이로 치면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이라며 “LG전자가 어떤 어려움에도 흔들림 없는 글로벌 리더로 확고히 자리매김하도록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