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소형주 장세에서 올들어 대형주 장세로 증시 판도가 급격히 변하면서 주식은 사고(롱), 내릴 것 같은 주식은 공매도(쇼트)하는 롱쇼트 투자전략을 사용하는 헤지(사모)펀드들이 고전하고 있다.

13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국내 192개 한국형 헤지펀드(지난달 말 기준) 중 롱쇼트를 주 전략으로 사용하는 24개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2.42%에 불과했다.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의 평균 수익률(0.32%)이나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5.77%) 보다 한참 낮은 수치다. ‘대신에버그린롱숏’ 펀드는 연초 이후 -24.51%를 기록하며 192개 헤지펀드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브레인 한라’(-18.03%) 등 평균 수익률 하위권 대부분을 롱쇼트 펀드가 차지했다. 모두 최근 2~3년간 높은 수익률로 헤지펀드 시장의 최고 인기 상품으로 꼽혔던 펀드들이지만 올 들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이다.

전략별로 보면 주식시장 상장 기업에 투자하는 기업공개(IPO)펀드가 평균 1.71%의 수익률을 올렸다. 신용등급 BBB+ 이하의 비우량 회사채에 투자하는 하이일드 펀드도 1.33%의 수익률을 냈다. 특정 이슈가 있을 때 주가의 변동을 노려 수익을 챙기는 ‘이벤트 드리븐 전략’을 사용하는 펀드들은 평균 -8.67%의 수익을 올려 최하위를 기록했다.

롱쇼트펀드의 고전은 지난해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시장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매수와 매도를 동시에 진행해 차익을 내는 롱쇼트 펀드는 증시가 박스권에 갇힌 상태에서 변동성이 클 때 유리한 상품이다. 이에 따라 중소형주가 강세를 보였던 지난 2~3년간 운용사들은 대형주를 매도(쇼트)하고 중형주를 매수(롱)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롱쇼트 펀드가 수익률을 내지 못했다는 것은 롱도, 쇼트도 모두 틀렸다는 것”이라며 “주도주가 없어지고 대형주가 반등하면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