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홈 시대를 준비하는 글로벌 가전업계에 ‘집사 경쟁’이 불붙고 있다. 지난 2일부터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가전전시회(IFA) 2016’에서 글로벌 가전업체들은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된 가전제품을 관리하는 스마트허브 제품을 내놨다.

IoT로 작동할 수 있는 가전제품이 늘어날수록 이를 모아 한번에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허브의 중요도는 높아진다.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으로 관리하는 방법도 있지만 음성에 즉각 반응하는 등 사용자와의 편리한 소통을 위해 별도의 스마트허브 제품이 필요하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IoT로 챙겨야 할 기기가 늘어날수록 이 같은 복잡함을 해소해줄 스마트허브의 중요도가 높아진다”며 “집사 역할을 하게 되면서 미래에는 스마트폰만큼 일반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서 가장 앞서고 있는 곳은 한국 업체들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3월 내놓은 냉장고 ‘패밀리허브’는 스마트허브 역할을 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주방 가전이다. 식재료 보관과 주문, 요리방법 등 전자업계가 보유하고 있던 스마트허브의 기초 개념을 모두 구현할 수 있다.

LG전자가 6월 내놓은 ‘스마트씽큐 허브’는 IoT로 제어할 수 있는 가전을 대폭 확장했다. 와이파이나 블루투스 기능이 지원되지 않는 가전이라도 전용 센서만 부착하면 스마트허브를 통해 제어할 수 있다. 이번 IFA에서는 아마존과 제휴해 음성인식이 가능한 시제품을 내놨다.

여기에 보쉬와 지멘스, 소니도 IFA에 시제품을 출시하며 추격해오고 있다. 모두 디스플레이에 표정이 나타나는 로봇 형태라는 공통점이 있다. 보쉬와 지멘스가 공동 개발한 ‘마이키’는 사용자의 음성을 인식하고 빔 프로젝트로 결과물을 내놓는다. 사용자가 “크림 스파게티 만드는 법”이라고 말하면 마이키가 주방 벽면에 제작 순서를 비추는 방식이다. 소니의 ‘엑스페리아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얼굴을 인식해 부르면 고개를 돌려 사용자를 바라보며 소통한다. 가전제품은 물론 TV와 오디오 등도 제어할 수 있다.

국내 전자업체 관계자는 “스마트허브는 사용자와 끊임없이 소통하는 제품인 만큼 친숙한 로봇 형태로 진화할 것으로 본다”며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비슷한 형태를 연구하고 있으며 일찍 관련 제품을 내놓은 만큼 축적된 사용자 경험을 바탕으로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를린=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