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기관 중 해외 진출을 가장 많이 한 곳은 오라클피부과다. 현재까지 중국 홍콩 일본 대만 필리핀 등에 28개의 피부·성형외과 관련 합작사 및 지점을 가지고 있다.

지난달에도 베트남 기업과 피부과 가맹점 사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진출 지역을 넓혀가고 있다.

7일 오라클피부과에 따르면 오라클메디컬그룹은 그룹 지주회사 오라클랜드를 통해 해외병원사업지주회사인 코라클을 소유하고 있다. 홍콩에 설립된 코라클은 해외 병원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진출 지점이 가장 많은 중국의 경우 코라클 아래 베이징 현지법인을 두고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코라클은 또 지난 6월 해외 미용의료 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 유치에도 성공해, 해외 진출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가맹점 사업으로 축적한 자본과 조달 자금을 바탕으로 홍콩 중국 동남아 등지에 직영점을 늘릴 방침이다. 중국 하남과 상하이 등에서는 추가 합작사 설립도 예정하고 있다.

노영우 오라클메디컬그룹 회장은 "직영점을 늘리려는 것은 직영점 보유 여부에 따라 기업가치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라며 "직영점의 연간 순이익은 약 12억원 정도로 예상하는데, 홍콩 증시 상장 미용병원의 주가수익비율(PER) 40배를 적용하면 480억원 수준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우 경쟁 심화로 해외 직영점과 같은 수익 창출이 어렵고, 상장이 불가능해 높은 가치를 적용받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영리병원을 인정하지 않는 한국에서는 병원의 상장이 불가능하지만, 영리병원을 인정하는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는 상장이 가능하다.

코라클을 홍콩에 세운 것도 홍콩 증시 상장을 염두에 둔 것이다. 설립을 예정한 합작사들도 50%를 초과하는 지분 투자로 코라클 실적에 연결되게 할 계획이다. 홍콩 상장은 3년 후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 홍콩을 경유해 중국에 진출하게 되면 중국과 홍콩간 체결된 의료 관련 '경제긴밀화협정(CEPA)'의 혜택도 볼 수 있다. CEPA로 인해 홍콩 자본이 중국에서 의료기관을 설립하기 위한 투자금액이 2000만위안에서 1000만위안으로 줄어든다.

◆ 차병원, 계열사 통해 美 종합병원 운영

개인병원 오라클이 해외에 직접 진출했다면, 차병원그룹은 계열사를 통해 해외 병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차병원그룹의 계열사인 차바이오텍은 2004년 미국의 대형 종합병원인 할리우드 장로병원(HPMC)을 인수했다. 인수 이후 차병원의 전문 분야를 특화해 산부인과 부문에서 선도적 입지를 구축했다. HPMC의 연간 출산은 4000회 수준으로 로스엔젤레스 병원 중 가장 많다.

HPMC는 2015년에 매출 2억6980만달러(약 3000억원)와 영업이익 2383만달러(약 270억원)을 기록했다.
차병원그룹은 2013년 차바이오텍의 병원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해외병원 전문 운영기업인 차헬스케어를 설립한다. 차헬스케어는 미국 병원운영지주회사 CHA 헬스시스템을 통해 HPMC를 보유하고 있고, 미국 불임센터와 일본 면역세포치료제 생산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차헬스케어는 해외 진출 활성화를 위해 2013년 사모펀드 등으로부터 11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의료전문 법무법인인 세승의 김선욱 대표변호사는 "차병원은 계열사의 사업부분을 분리해 별도의 회사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며 "법인을 소유하고 있는 의료법인에서 참고할 만한 사례"라고 말했다.

또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해외에 법인을 설립해 해외 진출을 시도하는 데, 차병원은 지주회사를 국내에 설립하고 이 곳에 자금을 조달해 투자자들의 의사 반영을 쉽게 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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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