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견인에 사단법인 '선' 지정…롯데 "경영권 관련 불필요한 논란 해소 기대"
검찰, 롯데 총수일가 수사 재개
1일 신동주 전 부회장 소환
서미경 소환 불응땐 강제 입국
김성우 서울가정법원 가사20단독 판사는 31일 신 총괄회장의 여동생 신정숙 씨가 청구한 성년후견 개시 심판 사건을 심리한 결과 신 총괄회장에 대해 한정후견을 개시한다고 밝혔다. 후견 개시는 정신적 제약이 있는 사람의 재산관리·법률·의료행위 등 사무처리에 후견인이 대리·동의권 등을 행사하는 제도다. 이 중 한정후견은 대부분 일에 대해 후견을 받는 성년후견보다 후견 수준이 한 단계 낮은 결정이다.
김 판사는 “신 총괄회장 본인이 2010년부터 의료진에게 기억력 장애를 호소했고 아리셉트 등 치매 치료약을 지속적으로 처방받아 복용했다”며 “질병·고령 등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하다고 인정해 한정후견을 개시한다”고 밝혔다.
한정후견인으로는 사단법인 선을 선임했다. 이태운 전 서울고등법원장이 대표를 맡고 있다. 법원은 “자녀들 사이에 신 총괄회장의 신상 보호, 회사 경영권을 둘러싸고 극심한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며 “중립적인 입장에서 후견 사무를 수행할 전문 후견법인을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 측은 “법원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어 “신 전 부회장 측은 그동안 말도 안 되는 논리로 국내 5위인 롯데그룹 경영을 흔든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이 있는 그룹 본사 34층 운영권을 다시 롯데그룹에 넘겨 신 총괄회장이 건강을 회복하고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롯데는 이번 결정으로 “신 총괄회장이 인정한 공식 후계자는 본인”이라는 신 전 부회장의 주장에 효력이 없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에서 제기한 소송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1월 말 일본에서 광윤사를 상대로 ‘주주총회 및 이사회 결의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 지분(28.1%)을 보유한 광윤사는 롯데그룹 지배구조에서 정점에 있는 기업이다.
검찰은 신 전 부회장을 1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기로 했다.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의 자살로 잠시 중단됐던 롯데그룹 수사가 다시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신 전 부회장은 그룹 내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으면서도 거액의 급여를 받아 회삿돈을 횡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작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불거진 계열사 간 부당 자산 거래, 총수 일가 소유 기업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비자금 조성 및 탈세 등 여러 비리 의혹이 모두 조사 대상이다.
검찰은 일본에 체류하며 입국하지 않고 있는 서미경 씨에 대해선 계속 소환에 응하지 않으면 강제입국 등의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 한정후견
민법에는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 임의후견 등 네 종류의 후견이 있다.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능력이 지속적으로 부족할 때 성년후견을 지정한다. 사무처리능력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법률 행위를 할 능력이 남아 있으면 한정후견인을 지정한다. 한정후견인은 법원이 정한 범위에서 대상자의 재산을 관리하고 신상을 보호한다.
박한신/정인설/이상엽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