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 웅진식품…"하늘보리처럼 틈새 장악"
2000년 4월 웅진식품이 ‘하늘보리’를 내놨다. 반응은 시큰둥했다. 보리차는 대부분 집에서 끓여 먹던 시절이었다. 누가 보리차를 사먹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웅진 연구원들은 새로운 트렌드를 봤다. 정수기가 대중화돼 물을 끓여 먹는 사람이 줄고, 전통음료에 대한 향수도 생겨날 것이라고 판단했다.

‘엄마가 끓여주던 보리차 맛’을 찾아 제품을 내놨다. 하늘보리는 2000년대 중반부터 매출이 수직 상승했다.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하늘보리뿐 아니다. 웅진식품은 ‘최초 제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음료 틈새시장의 강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늘보리 등 ‘스테디셀러’ 효자

고수익 웅진식품…"하늘보리처럼 틈새 장악"
웅진식품은 올 상반기 매출 1119억원, 영업이익 92억원을 올렸다. 작년보다 매출은 3%밖에 늘지 않았지만 영업이익은 345% 급증했다. 영업이익은 최근 10년간 최고치다. 수익성이 급속히 개선된 것은 스테디셀러 상품의 판매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들 상품은 웅진이 ‘최초’ 기록을 써가며 시장을 개척했던 제품이다. 1999년 내놓은 쌀음료 ‘아침햇살’, 2000년 오렌지밖에 없던 과즙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초록매실’ 그리고 ‘하늘보리’ 등이 주역이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폭염 때문에 하늘보리는 사상 최대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4년 나온 ‘자연은’ 시리즈도 힘을 보탰다. 글로벌 브랜드가 장악한 과일주스 시장에서 처음으로 알로에, 토마토, 당근 등 채소로 만든 주스를 내놔 틈새시장을 개척했다. ‘자연은’은 전체 주스시장에서 2위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올해 내놓은 틈새 겨냥 제품들도 인기다. 스마트폰 사용으로 눈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결명자차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매달 40만병가량 팔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과 디톡스 트렌드에 맞춰 여성들을 위해 내놓은 ‘데일리톡’ 판매도 증가하고 있다.

마케팅 없이 효자 노릇을 하는 제품도 있다. 지난해 웅진은 커지는 탄산수시장을 겨냥해 ‘빅토리아’라는 제품을 내놨다. 마케팅도 광고도 하지 않고 온라인 쇼핑몰과 기존 유통망을 통해 판매했다. 웅진 관계자는 “빅토리아는 지난해 온라인쇼핑몰 11번가에서 탄산수 판매 3위에 올랐고, 올해도 수익성 개선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원 아이디어 중시하는 문화

웅진식품에도 위기가 있었다. 2012년 웅진그룹이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매각 대상에 오른 것. 2013년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매각됐다. 매출이 2000억원 밑으로 떨어졌고, 적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듬해 흑자로 돌아섰고, 올 상반기엔 10년 만에 최대 이익을 냈다.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직원 아이디어를 중시하는 문화 덕분이다. 다른 기업들은 신제품을 출시할 때 많은 돈을 들여 전문기업에 ‘네이밍’을 맡긴다. 하지만 웅진의 대표상품 하늘보리, 아침햇살, 초록매실은 모두 직원 공모를 통해 제품명이 정해졌다. “남아도는 쌀을 마실 수 있게 하면 어떨까”라는 한 직원의 아이디어는 아침햇살이라는 대형 히트상품이 됐다.

또 다른 특징은 회사 브랜드보다 제품 브랜드를 중시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하늘보리, 아침햇살 등은 알지만 이 제품을 웅진이 만들었다는 것은 잘 모른다”며 “웅진 직원들도 회사 브랜드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제품을 개발하는 게 문화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