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 노조 파업 장기화…'블랙홀' 된 울산 경제
7월 중 울산시 자동차부문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2.1% 감소한 11억달러에 그쳤다. 울산세관은 수출입 동향 자료를 통해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 현대자동차 노조 파업으로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24일 발표했다.

올 상반기 자동차 수출액도 전년보다 16.1% 감소한 72억2000만달러에 머물렀다.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2009년 이후 최저치다.

외환위기 때도 불황을 겪지 않았던 울산지역 경제가 불황에 빠져들고 있다.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노조의 역주행은 멈추지 않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7월19일부터 이달 24일까지 특근거부 포함 총 20일째 112시간 줄파업을 벌였다. 이달 초 여름휴가가 끝난 직후부터는 매주 세 차례 파업을 강행하고 있다. 회사는 파업 장기화로 6만5500여대의 생산차질과 1조4800여억원의 매출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노사는 임금피크제 확대 시행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사측은 59세 근로자의 임금을 동결하고 60세는 10%를 삭감하는 현행 임금피크제를 59~60세 모두 10%씩 삭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14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행복도시울산협의회(회장 전영도 울산상의 회장·앞줄 가운데) 회원들이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노조의 파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울산상공회의소 제공
14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행복도시울산협의회(회장 전영도 울산상의 회장·앞줄 가운데) 회원들이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노조의 파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울산상공회의소 제공
현대중공업 노조도 희망퇴직을 포함한 구조조정과 분사 계획 철회를 요구하며 지난달 19일부터 지금까지 11차례 파업을 벌였다. 이달 말 현대미포조선 삼호중공업 등과 연대파업을 준비 중이다.

이 여파로 울산지역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경영압박을 받고 있다. 현대차 부품사 30%가 몰려 있는 울산에는 1차 42개, 2차 500개 등 총 542개 협력업체에서 4만400여명의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가족까지 합하면 10만명 이상이 노조 파업으로 생계위협을 받고 있다. 북구 달천공단에서 내장재 부품을 생산하는 1차 협력사 신모 사장은 “파업이 계속되면 2, 3차 협력업체는 공장문을 닫아야 한다”고 걱정했다.

파업으로 전국 현대차 협력사가 입은 피해는 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매곡공단에 있는 현대차 협력사 김모 대표는 “노조 파업으로 여름휴가도 제대로 보내지 못한 협력업체 근로자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며 “이런 귀족노조는 세상에 없다”고 비판했다.

실업률도 치솟고 있다. 동남지방통계청에 따르면 7월 중 울산지역 실업률은 전년 동월 대비 1.2%포인트 증가한 3.9%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실업자 수는 2만3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00명 늘었다.

근로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현대·롯데 등 지역 백화점 매출은 10% 넘게 줄었다.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주변 상가 및 전통시장도 매출이 전년 대비 20~30% 감소했다.

전영도 울산상공회의소 회장은 “울산은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3대 주력 산업 모두가 최악의 위기에 처해 있다”며 “미국 디트로이트시 파산이나 스웨덴 ‘말뫼의 눈물’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파업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