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몰
청과직판상인 320명 입점거부
소송 졌지만 기존상가 영업고수
동대문 유어스몰
소유권 내달 서울시로 넘어가지만
상인·운영사, 재계약 않고 버텨
시 공권력 행사 꺼려 갈등 장기화될 듯
23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문을 연 가락몰 청과직판시장의 입주율은 이달 기준으로 48.4%에 불과하다. 전체 661명의 청과직판상인 중 320명이 물류 혼잡 등을 이유로 8개월째 이전을 거부하고 있다. 이들은 지금의 자리에서 영업을 계속하게 해 달라며 기존 시장에 대한 임차권을 주장하는 소송을 냈지만 지난 1월과 지난달 열린 1심과 항소심에서 잇달아 졌다.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와 가락몰을 운영하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강제집행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철거 과정에서 물리적인 충돌이 빚어질 것을 우려해서다. 서울시가 시의회, 공사와 함께 다자간 협의체를 구성해 지난 18일부터 협상하고 있지만 상인들이 워낙 완강해 협상 타결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유어스쇼핑몰도 상황은 비슷하다. 2006년 서울시 소유의 민자주차장에 지어진 이 쇼핑몰은 다음달 1일 10년 장기임대 계약이 끝난다. 서울시는 그동안 증축 비용을 부담한 사업시행자 동부건설에 쇼핑몰을 무료로 임대했다. 이 쇼핑몰은 상가관리업체 문인터내쇼날이 입점 점포 342곳에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는 다음달부터 문인터내쇼날을 배제한 채 산하기관인 시설관리공단에 운영을 맡길 방침이다. 대신 수의계약을 통해 기존 상인에게 한 차례에 한해 점포 사용을 허가해 주기로 했다. 기존 상인이 수의계약을 통해 점포를 유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지난달 18~29일 서울시가 기존 상인을 대상으로 사용·수익허가 신청을 받은 결과 전체 입점상인 342명 중 26.6%인 91명만 신청했다.
문인터내쇼날과 상당수 상인은 지금 방식대로 영업을 계속하게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는 문인터내쇼날이 연간 수십억원에 이르는 수입을 뺏기지 않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상인들의 반발이 지속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서울시는 다음달 1일 이후 사용허가를 받지 않은 채 영업하는 상인들은 민·형사 소송 등을 통해 강력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 법적 대응을 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시 안팎의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가락시장과 유어스 일부 상인이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야권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박원순 시장이 물리적 충돌을 불러올 수 있는 강제 철거에 쉽사리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 아래 강수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시장이 2011년 10월 취임 후 줄곧 강제철거를 꺼려왔다는 점도 상인들이 강경 투쟁을 고수하는 배경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시가 강제철거 등 법적 대응에 나서기 힘들 것이라는 사실을 상인들이 알고 있다”며 “사태를 장기화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을 이끌고 가겠다는 게 상인들의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