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공연 사상 최대…호텔 동나고 당일치기 관광객 '북적'
지난 20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아이돌그룹 빅뱅의 멤버 탑의 말에 경기장은 관객들의 함성으로 꽉 찼다. 공연장 곳곳에선 중국어와 일본어가 섞여 들렸다. 대부분 10~30대 젊은이들이었지만 40~50대 중년 팬, 서양인들도 눈에 띄었다.
◆국내외 팬, 한목소리로 “10주년 축하해”
이날 콘서트를 찾은 관객은 6만5000여명. 국내 단일 콘서트 사상 최대 규모다. 상암월드컵경기장은 주로 여러 가수의 합동 공연이나 대형 스포츠 행사용 장소로 쓰인다. 단일 공연으로는 객석을 채우기가 힘들다는 곳이지만 이날은 평소 잘 팔지 않는 시야제한석까지 노란 응원봉을 든 관객들로 빼곡했다. 2006년 8월19일 데뷔한 빅뱅이 단 한 차례 여는 10주년 기념 콘서트여서다.
빅뱅은 이날 3시간 가까이 30곡을 부르며 무대를 누볐다. 데뷔곡 ‘라라라’부터 ‘하루하루’ ‘거짓말’ ‘판타스틱 베이비’까지 대표곡을 화려한 퍼포먼스와 함께 공연했다. 멤버 모두가 솔로 앨범을 낸 적이 있는 이들은 각자의 솔로곡을 번갈아 부르며 각양각색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팬들의 합동 응원도 인상적이었다. 응원봉을 잠깐 꺼달라는 안내문이 한국어와 영어로 방송되자 관객들은 암전 속에서 함께 ‘떼창(관객들이 공연 중 반주 없이 노래를 합창하는 것)’을 했다. 공연 막바지에는 단체로 ‘빅뱅 생일 축하합니다’를 불렀다.
◆700명 단체예약·‘당일치기’ 관광도
콘서트가 끝난 뒤 경기장 일대는 관객 인파와 함께 관광객용 대형버스 및 점보택시가 한꺼번에 몰려 극도로 혼잡했다. 단체 관광객을 인솔하러 나온 관광가이드들이 야광봉을 흔들며 길을 안내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남관광의 가이드 김정숙 씨(40)는 “일본인 700여명이 단체로 콘서트에 왔다”며 “팬들을 위한 관광 패키지를 따로 만들었는데 호응이 열렬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시내 주요 호텔은 대부분 만실을 기록했다. 아이돌그룹 비스트, 갓세븐 등의 콘서트 일정이 겹쳤기 때문이다. 홍익대와 신촌 일대는 숙박 대신 ‘당일치기’ 관광을 택한 유커(중국인 관광객)와 일본 관광객들로 붐볐다. 이날 입국해 콘서트를 보고, 인근 지역의 술집 등에서 시간을 보낸 뒤 공항으로 이동하려는 이들이었다. 택시기사 최모 씨(46)는 “택시기사들 사이에서 새벽 4~5시께 홍대 근처로 오라는 ‘집결령’이 돌았다”며 “새벽 내내 홍대에서 인천공항으로 가려는 관광객들의 ‘콜’이 몰려 이례적으로 바빴다”고 말했다.
선한결/고윤상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