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28일 시행을 앞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을 적용 대상에 포함한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영란법이 시민단체의 청탁을 허용하고 있어 부정청탁 창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김상겸 동국대 법무대학 교수는 19일 국회에서 강효상 새누리당 의원과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열린 ‘김영란법 제대로 만들기’ 토론회에서 “사립학교 관계자와 언론인은 사립학교법과 언론관계법 등을 통해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를 금지하고 위반 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공직 부패를 근절하기 위한 목적에 충실하게 적용 대상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부패는 공적 권한을 사익을 위해 행사할 때 발생하는데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은 공무를 수행하는 공직자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언론이 공적 성격을 갖기는 하지만 공적 성격이 있는 민간 분야는 이외에도 다양하다”며 “언론인은 적용되고 변호사나 의사는 적용되지 않는 것은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적용 대상이 광범위해 예산과 인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법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김영란법에 이해충돌 방지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해충돌 방지란 공직 수행에 사적 이해관계가 개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공직자의 직무 관련 외부 활동과 공직자 가족의 관련 공공기관 취업 등을 제한하는 것으로 김영란법 원안에 포함됐다가 국회 논의 과정에서 빠졌다.

전 교수는 “김영란법은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만을 규율 대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와 정당, 시민단체에 한해 청탁을 허용한 것에도 비판이 쏟아졌다. 도태우 변호사는 “국회의원과 정당, 시민단체에만 청탁을 허용해 청탁금지법이 아니라 청탁특권법으로 변질됐다”며 “시민단체를 급조해 각종 부정청탁을 합법적인 청탁으로 세탁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김영란법 시행으로 부정부패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반면 내수경기 침체 등 우려도 많다”며 “부정부패 고리는 끊어내되 위헌적 요소는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