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9일 제2회 계촌마을 클래식 거리축제 개막식에서 협연하는 첼리스트 정명화(오른쪽)와  판소리 명창 안숙선. 연합뉴스
오는 19일 제2회 계촌마을 클래식 거리축제 개막식에서 협연하는 첼리스트 정명화(오른쪽)와 판소리 명창 안숙선. 연합뉴스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판소리 고수의 경쾌한 북 장단에 맞춰 춘향과 몽룡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가 울려 퍼졌다. 여기에 낮고 묵직한 첼로 연주가 깔리면서 서정적이고도 애틋한 정감이 더해졌다. 판소리 원곡보다 속도가 조금 더 빨라졌지만 사랑의 감정은 오히려 더 다양하고 풍부해졌다. 피아노까지 어우러져 국악과 클래식의 환상적인 하모니를 빚어냈다.

리허설 동영상으로 미리 감상한 이런 색다른 연주의 중심에는 두 거장이 있다. 첼리스트 정명화 씨(72)와 판소리 명창 안숙선 씨(67)다. 이들은 19일 강원 평창군 계촌리에서 열리는 제2회 계촌마을 클래식 거리축제 개막식에서 ‘판소리, 첼로, 피아노와 소리북을 위한 세 개의 사랑가’를 초연한다. 작곡가 임준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두 거장을 위해 판소리 춘향가의 한 대목인 사랑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곡을 썼다. 피아노는 한상일 씨, 북은 조용수 씨가 연주한다.

◆사랑가에 담긴 클래식과 국악의 매력

오는 21일까지 열리는 이 축제는 현대차정몽구재단이 주최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주관한다. 많은 사람이 일상에서 클래식과 국악을 즐기게 하고 문화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예술세상 마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해 처음 열렸다.

두 거장의 협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씨는 “20년 전부터 첼로와 판소리의 만남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꿈을 이루게 됐다”며 “첼로는 저음뿐만 아니라 다양한 음역을 오갈 수 있고 한국적인 선율과도 궁합이 잘 맞는다”고 설명했다. 사랑가를 연주곡으로 고른 이유도 특별하다. 안 명창은 “다른 두 세상이 음악으로 만나 서로 사랑하고 이해하게 됐다”며 “걱정도 됐지만 연습을 통해 ‘아 이거구나. 충분히 되는구나’ 하면서 통하는 지점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공연 도중 이색적인 장면도 볼 수 있다. 정씨가 아니리(판소리 중간에 가락을 붙이지 않고 이야기하듯 엮어 나가는 사설)로 “얘, 춘향아. 우리 한번 업고 놀자!”라고 외친다. 안 명창은 “처음엔 어색하진 않을까 했는데 그렇지 않더라. 서로 소리를 주고받다가 더 잘 만들어보기 위해 욕심을 내고 있다”며 웃었다. 정씨는 “바쁜 시간을 쪼개 지금까지 세 번 리허설을 했는데 전혀 힘들지 않을 정도로 색다른 즐거움이 가득하다”며 흡족해했다.
오는 21일 계촌마을 클래식 거리축제에서 연주하는 한경신포니에타.
오는 21일 계촌마을 클래식 거리축제에서 연주하는 한경신포니에타.
◆한경신포니에타의 싱그러운 선율

두 사람은 ‘예술세상 마을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난해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정씨는 현대차정몽구재단이 클래식 마을로 지정한 계촌리를, 안 명창은 국악 마을로 선정한 전북 남원시 운봉읍을 맡았다. 각자 주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예술 프로그램을 전개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정씨는 “이곳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거리에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마을 곳곳에 벽화와 조형물이 조성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예술의 힘”이라고 말했다.

이번 축제에는 한국경제신문사의 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정단원으로 구성된 한경신포니에타도 참여한다. 한경신포니에타는 21일 요하네스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5번’,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 모음곡, 리로이 앤더슨의 ‘고장난 시계’ 등을 연주한다. 한경신포니에타 관계자는 “한여름밤에 어울리는 싱그럽고 경쾌한 선율을 선사하겠다”고 강조했다. 계촌마을 어린이들로 구성된 ‘계촌 별빛오케스트라’와 첼리스트 박상민, 백운앙상블, 강릉그린실버악단 등도 축제를 다채롭게 장식한다.

김희경/선한결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