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 전망치를 또다시 3.1%로 하향 조정했다. IMF는 작년 1월에 올해 전망을 3.7%로 시작해 석 달 후에 이를 3.8%로 살짝 상향 조정한 뒤 네 번이나 지속적으로 낮췄다. 그때마다 중국 경제의 전환에 따른 경착륙 우려, 원유 등 원자재 가격 하락, 테러와 난민문제 심화 등 지정학적인 위험 고조, 지난 6월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까지 다양한 요인을 하향 조정의 근거로 제시했다.

성장 기대가 낮아지면 중장기적으로는 경제주체의 소비와 투자 감소로 이어져 잠재성장률 하락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반면 브렉시트의 실질적 여파는 점진적으로 미치나 영국과 유럽연합(EU)의 협상이 순조롭지 못하면 무역장벽 강화 및 금융시장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커져 내년 성장률이 당초 3.4%에서 2.8%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IMF는 경고하고 있다.

이런 세계 경제의 성장동력 상실은 수년 전 회자된 ‘경제의 일본화(Japanization)’ 우려를 떠올리게 한다. 이 용어는 블룸버그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페섹의 저서 《일본화: 우리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에서 배울 수 있는 것》(2014)에서 유래했다. 일반적으로 상당기간 실제 성장이 잠재 성장보다 낮은 상황인 스태그네이션이 지속되면서 소비자물가 수준이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에 처한 상황을 의미한다. 이에 통화당국은 정책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고 양적완화와 같은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으로 맞서고 있다. 1999년 일본에서 일본화 현상이 나타난 이후 미국과 유럽 국가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지금까지 세계 경제의 성장동력으로 높은 경제성장률과 인플레이션이 특징인 일부 신흥국에서도 이런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 요인이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 국가채무를 과다하게 늘린 부적절한 거시정책 대응, 지연된 금융 구조조정, 산업 경쟁력 저하, 과도한 규제와 시장의 경직성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 인구 고령화 …. 이런 저성장 패턴을 세계 경제의 뉴노멀(new normal)로 치부해 거시정책 조합과 구조개혁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더욱 안 될 것이다. 저성장이 이어지면 임금상승 및 복지혜택 확충이 어려워져 중산층 이하의 삶이 힘들어질 것이다. 이런 여건은 개방과 국제 공조를 통해 세계 경제의 외연 확대라는 선순환보다는 자국 위주의 고립주의 주장에 더 공감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러면 새로운 경제 현상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경제 부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수요 확대 정책은 물론 성장잠재력을 높이고 불평등 완화, 생산가능인구 확대, 기업과 가계의 과다 부채 축소, 생산성 제고를 위한 구조개혁이 긴요하다는 것은 모두 다 인식하고 있는 모범답안이다. 고민스러운 것은 구조개혁이 각국이 처한 정치·사회적 상황에 따라서 이행이 쉽지 않고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세계 경제의 활력을 되찾아줄 수 있는 백마를 타고 오는 새로운 혁신을 기대해본다. 그리하여 IMF 등 국제기구가 세계경제 성장 전망을 상향 조정해도 계속 실제 성장치를 밑도는 그런 즐거운 상상을 해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니면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 개방과 교역을 통한 글로벌 협력보다는 자국 위주의 강력한 보호주의를 옹호하는 후보가 당선된 것을 핑계로 성장 전망을 계속 하향 조정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지 않기를 간절히 기대하는 것이 더 현실적일 것이다.

최희남 < 세계은행 상임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