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진제 완화 미스터리…에어컨 4시간 트나, 8시간 트나 할인액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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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19.4% 인하 믿고 썼다간 '전기료 폭탄'
에어컨 하루 4시간 이상 켜면 추가 혜택 없어
'에어컨 4시간 이하가 적절' 정부 입장 불변
에어컨 하루 4시간 이상 켜면 추가 혜택 없어
'에어컨 4시간 이하가 적절' 정부 입장 불변
정부가 지난 11일 당정 협의를 거쳐 전기요금 누진제 한시 완화 방안을 내놓았지만 하루 4시간 이상 에어컨을 쓰는 가구에는 혜택이 미미하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에어컨을 켤 때마다 국민이 느끼는 ‘누진제 공포’를 덜어주기엔 역부족이라는 반응이다. 정부가 여전히 ‘하루 에어컨 4시간’을 적절한 전력소비의 기준점으로 고집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미지 크게보기 ◆할인액 최대치 550㎾의 의미
이번 누진제 완화 방안의 핵심은 100㎾씩 6단계인 누진 단계별 전력사용량 한도를 50㎾씩 더 늘려 2200만에 달하는 모든 가구에 혜택을 준다는 데 있다.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7~9월 모든 가구의 전기료가 평균 19.4% 인하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각 가구가 체감하는 혜택은 사용량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특히 6단계 누진요금이 적용되는 551㎾ 이상 구간에서는 사용량과 관계없이 할인액이 3만6800원으로 일정하다. 사용량이 많을수록 할인율이 감소하는 구조다.
사용량 550㎾ 이하 구간에서는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할인액이 꾸준히 늘어나 550㎾에 도달하면 4만3300원(할인율 24%)으로 정점을 찍는다. 그런데 여기서 1㎾를 더 써 551㎾가 되면 할인액은 갑자기 3만6880원(20%)으로 줄어든다. 요금 산정에 적용되는 누진단계가 551㎾를 기점으로 5단계에서 6단계로 바뀌면서 기본요금이 7300원에서 1만2940원으로 크게 늘어나는 반면, 할인액은 550㎾ 이후 더 커지지 않아 기본요금 증가분이 할인액을 상쇄하기 때문이다.
할인액이 4만3300원으로 최고치를 찍는 사용량 550㎾는 봄·가을 평균 342㎾의 전력을 쓰는 도시 4인 가구가 소비전력 1.84㎾인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3시간47분가량 틀 경우 월 전력사용량에 해당한다. 이 가구가 에어컨을 하루 4시간 틀면 사용량은 563㎾로, 할인액은 3만6880원(19%)에 그친다. 8시간을 트는 경우 할인액은 3만6880원으로 같지만 할인율은 10%까지 떨어진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4년 가구당 하루 평균 에어컨 사용시간은 3시간30분이었다. 즉 전체 가구 하루 평균 에어컨 사용시간인 3시간30분 언저리에선 할인 혜택을 최대로 누릴 수 있지만 그 이상을 쓰는 가구는 상대적으로 혜택을 덜 받게 되는 것이다.
◆정부 “전기료 폭탄은 과장”
결국 ‘하루 에어컨 사용시간 3시간47분’이 누진제 완화 혜택을 최대로 받을 수 있는 기준점이 된다. 이는 산업부가 적절한 냉방의 기준점으로 ‘하루 에어컨 4시간’을 제시한 것과도 부합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에어컨을 적절하게 썼는데 ‘전기료 폭탄’을 맞는다는 말은 과장”이라며 “가정에서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4시간 이하로 틀면 한 달 냉방요금이 10만원을 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에어컨을 하루 4시간 넘게 틀어놓을 경우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할인율이 감소하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는 여전히 도시 4인 가구가 하루 에어컨을 4시간 이상 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누진제 한시 완화 방안을 내놨지만 ‘에어컨을 4시간 이상 쓰는 가구에 대해선 누진제로 억제할 필요가 있다’는 정부 방침에는 근본적 변화가 없는 것이다.
여론은 부정적이다. 누진제 완화 관련 기사에는 “요즘 같은 폭염에 아기를 둔 집에서 에어컨을 하루 4시간 이하로 틀면 ‘아동학대’”, “밤에도 무더위가 이어져 어쩔 수 없이 에어컨을 10시간 이상 틀고 있는데 도대체 뭘 완화했다는 건지 모르겠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이달 말 7월분 요금 고지서를 받아본 국민들의 불만을 가라앉힐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이미지 크게보기 ◆할인액 최대치 550㎾의 의미
이번 누진제 완화 방안의 핵심은 100㎾씩 6단계인 누진 단계별 전력사용량 한도를 50㎾씩 더 늘려 2200만에 달하는 모든 가구에 혜택을 준다는 데 있다.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7~9월 모든 가구의 전기료가 평균 19.4% 인하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각 가구가 체감하는 혜택은 사용량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특히 6단계 누진요금이 적용되는 551㎾ 이상 구간에서는 사용량과 관계없이 할인액이 3만6800원으로 일정하다. 사용량이 많을수록 할인율이 감소하는 구조다.
사용량 550㎾ 이하 구간에서는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할인액이 꾸준히 늘어나 550㎾에 도달하면 4만3300원(할인율 24%)으로 정점을 찍는다. 그런데 여기서 1㎾를 더 써 551㎾가 되면 할인액은 갑자기 3만6880원(20%)으로 줄어든다. 요금 산정에 적용되는 누진단계가 551㎾를 기점으로 5단계에서 6단계로 바뀌면서 기본요금이 7300원에서 1만2940원으로 크게 늘어나는 반면, 할인액은 550㎾ 이후 더 커지지 않아 기본요금 증가분이 할인액을 상쇄하기 때문이다.
할인액이 4만3300원으로 최고치를 찍는 사용량 550㎾는 봄·가을 평균 342㎾의 전력을 쓰는 도시 4인 가구가 소비전력 1.84㎾인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3시간47분가량 틀 경우 월 전력사용량에 해당한다. 이 가구가 에어컨을 하루 4시간 틀면 사용량은 563㎾로, 할인액은 3만6880원(19%)에 그친다. 8시간을 트는 경우 할인액은 3만6880원으로 같지만 할인율은 10%까지 떨어진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4년 가구당 하루 평균 에어컨 사용시간은 3시간30분이었다. 즉 전체 가구 하루 평균 에어컨 사용시간인 3시간30분 언저리에선 할인 혜택을 최대로 누릴 수 있지만 그 이상을 쓰는 가구는 상대적으로 혜택을 덜 받게 되는 것이다.
◆정부 “전기료 폭탄은 과장”
결국 ‘하루 에어컨 사용시간 3시간47분’이 누진제 완화 혜택을 최대로 받을 수 있는 기준점이 된다. 이는 산업부가 적절한 냉방의 기준점으로 ‘하루 에어컨 4시간’을 제시한 것과도 부합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에어컨을 적절하게 썼는데 ‘전기료 폭탄’을 맞는다는 말은 과장”이라며 “가정에서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4시간 이하로 틀면 한 달 냉방요금이 10만원을 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에어컨을 하루 4시간 넘게 틀어놓을 경우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할인율이 감소하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는 여전히 도시 4인 가구가 하루 에어컨을 4시간 이상 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누진제 한시 완화 방안을 내놨지만 ‘에어컨을 4시간 이상 쓰는 가구에 대해선 누진제로 억제할 필요가 있다’는 정부 방침에는 근본적 변화가 없는 것이다.
여론은 부정적이다. 누진제 완화 관련 기사에는 “요즘 같은 폭염에 아기를 둔 집에서 에어컨을 하루 4시간 이하로 틀면 ‘아동학대’”, “밤에도 무더위가 이어져 어쩔 수 없이 에어컨을 10시간 이상 틀고 있는데 도대체 뭘 완화했다는 건지 모르겠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이달 말 7월분 요금 고지서를 받아본 국민들의 불만을 가라앉힐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