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률 개정안에 공기업들이 떨고 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대표 발의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개정안은 공운법에 ‘공기업은 본사의 지역주민 복리 증진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개정안이 발의되자마자 지방 주요 공기업 사이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 퍼졌다. 언뜻 보기엔 문제가 없는 이 한 줄에 공기업들이 떠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 공기업 최고경영자(CEO)는 8일 “본사의 지방 이전 이후 가뜩이나 지역단체와 지역언론, 국회의원, 지방의회 의원들의 후원이나 기부금 요청에 몸살을 앓고 있는 마당에 이번 공운법 개정안은 아예 이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본사를 지방에 둔 다른 공기업 고위 임원도 “지금도 지역사회에서 각종 협찬을 내세워 공기업에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하는 일이 다반사”라며 “법안이 통과되면 너도나도 이 조항을 들이밀며 하이에나처럼 달라붙어 공기업 수익을 지역의 쌈짓돈 쓰듯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은 공기업이 신규 채용할 때 35%에 달하는 인력을 지역 인재로 채우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정유섭 새누리당 의원은 지방자치단체 세수 부족을 메울 방법으로 화력발전소에서 지방세를 더 걷자는 법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들 법안은 발의한 의원의 지역구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공기업들의 지적이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기업은 국가적인 이익에 부합해야 한다는 게 공공기관 운영법의 제정 취지”라며 “공기업을 특정 소재지에 수혜를 베푸는 수단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태훈/오형주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