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인 2분기(4~6월) 실적 발표에 힘입어 시장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정책과 실적 공백기로 진입, 7월 같은 상승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왔다.
1일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 매력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올 들어서 상장기업들이 2분기 연속 '깜짝 실적'을 기록 중인데 깜짝실적 이후 다음 분기 영업이익의 예상치는 평균 8.8% 상향 조정됐다"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3분기(7~9월) 영업이익도 추가 상향 조정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는 "심리적인 측면에서 낙관론이 더 강해지기는 어렵지만, 이익 개선으로 인한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질 수 있어 강세장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이익 증가와 주가 상승에 동반해 이익 성장과 밸류 매력이 높은 정보기술(IT) 장비주와 부품주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오태동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은 "2분기와 3분기의 이익 전망치가 동시에 올라가고 있는 IT하드웨어, 생활용품, 기계 업종 등에 주목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들 업종의 주가는 밸류에이션을 감안할 때 '계단식 상승'을 보여줄 수 있다"라면서 "양호한 2분기(4~6월) 실적에 이어 하반기 실적 추정치 역시 상향 조정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의 매수 연장 기대로 '우상향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 곳은 현대증권이다.
배성영 현대증권 시장전략팀 연구원은 "8월 증시는 긍정적인 2분기 실적과 외국인 매수세의 연장 기대로 추가적인 우상향 흐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MOC) 결과도 이변 없이 마무리된 가운데 글로벌 유동성 환경도 크게 변화될 조짐이 확인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배 연구원은 다만 "외국인 매수의 성격이 삼성전자 주도의 IT 업종에 편중(30% 이상)돼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른 업종 전반에 대한 매수세 강화 여부를 좀 더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단기적으로 제한적인 유동성 여건이 업종·종목별 차별화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이번 2분기 실적과 향후 이익 전망을 감안한 업종 대표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이 유리할 수 있다고 배 연구원은 강조했다.
지난 달에 비해 8월의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질 것이란 전망 또한 이 같은 분석들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및 중국 등 제조업의 신규 주문이 개선세를 보이고 있어 한국의 수출 물량 증가세도 이어질 것"이라며 "한국의 GDP 성장률이 수출 물량 증가율과 같은 궤적을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8월 중 한국 경기의 회복세도 유효한 상황"으로 관측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효과 역시 시차를 두고 나타날 것이란 예상이다.
이와는 반대로 8월 증시가 정책과 실적 공백기로 진입해 7월과 같은 지수의 상승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충격에서 벗어나 코스피가 그간 강세를 보일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글로벌 정책 공조와 2분기 실적 시즌이었다"면서 "하지만 영국 중앙은행(BOE)와 유럽중앙은행(ECB) 등 글로벌 정책은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친 데다 9월 초까지 정책 이벤트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 모멘텀은 이미 정점을 통과한 것으로 보여지고,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정책 기대감이 지속되기보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정책공조와 정책 공백기로 진입하는데 따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7월 중순 이후 코스피의 추가 반등 시도를 주도했던 실적시즌도 이제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며 "양호한 2분기 실적이 코스피의 하단을 높일 수는 있지만 더 이상 상승 모멘텀이 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코스피는 이달 중 좁은 박스권(1970~2030)에서 등락, 에너지 건설 조선 등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은 업종 위주로 단기매매 전략에 나서야 한다고 이 연구원은 권했다. 코스피가 1970선을 이탈할 경우엔 방어적 포트폴리오(경기방어·배당주)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