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김영란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림에 따라 예정대로 오는 9월28일부터 이 법이 시행된다. 하지만 모호한 법 조항 탓에 시행 직후부터 적지 않은 혼란이 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우선 부정청탁의 범위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다. 김영란법 ‘부정청탁의 금지’ 조항에서 14개 유형을 제시했지만 대부분 인허가와 행정처분, 채용·승진, 입찰·경매, 보조금·장려금 등 공무원과 관련한 내용이다. 공직자의 범위에 새로 포함되는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 대상 유형은 전혀 없다. 김영란법처럼 민간 영역에 대해 광범위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한 법이 없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법 시행 직후부터 피의자는 물론 법원조차 해당 사건이 위법인지 아닌지 모호한 상태에서 수사를 받고 재판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보통의 법은 법 조항이 기둥 역할을 하고 판례가 틈새를 메우지만 법 조항 자체가 부실하고 모호한 김영란법은 판례가 기둥 역할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법원 판례가 쌓일 때까지 피의자는 ‘마루타(인체실험 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국민권익위원회조차 “향후 개별 사안에 대한 판례의 형성·축적을 통해 구체화돼야 할 것”이라고만 밝힌 상황이다. 법조계에서는 관련 판례가 쌓이기까지 최소 2~3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사학과 언론 기능의 위축도 우려된다. 서울의 한 사립 고교 교사는 “입시 지도를 위해 학부모와 상의해야 할 일이 많지만 법안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어떤 행위가 불법인지 알기 힘들다”며 “법이 시행된 뒤 교사들이 학부모 면담을 꺼리면 입시 지도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언론인과의 만남과 관련해서도 어떤 행위가 위법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기자들과의 식사나 취재에 응하는 행위도 부정청탁으로 걸릴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