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뒤 신불자 전락 막기 위해 기업대표 '연대보증금지법' 발의
법 통과땐 재창업 활발해질 것
정치 안 해도 잘살 수 있지만 사회에 환원하려 나왔죠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은 2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창업인 중 대부분은 실패하고 다시 실업 상태로 돌아가기 때문에 일자리 측면에서 총량이 늘어나기 어려운 구조”라며 이같이 말했다.
게임 소프트웨어 기업인 ‘웹젠’ 대표와 의장을 지낸 김 의원은 “창업이 붐을 이뤄 개별회사들이 망하지 않고 성장해 나가고, 망하더라도 재도전할 수 있는 나라가 진짜 창업하기 좋은 나라”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미국 벤처업계는 기존 제조업에서 밀려난 인력들이 벤처기업으로 많이 이동하면서 일자리 측면에서 안전판 역할을 충실히 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그러지 못한 상황”이라며 “현 정부 창업 정책이 과거 산업화 시대의 정책 같이 임기응변식 융자사업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이 이른바 ‘창업날개법 시리즈’를 준비하는 것은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그는 당장 벤처업계의 걸림돌부터 해결해주자는 취지에서 기술보증기금법, 신용보증기금법, 은행법 개정안 등 3건의 법안을 발의했다. 창업 기업이 파산하면 대표이사 개인도 파산하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있는 만큼 ‘모든 기업의 대표이사 연대보증’을 금지하자는 게 법안의 골자다. 김 의원은 “기술보증기금이나 신용보증기금이 기술심사보다 대표이사 연대보증이라는 담보를 통해 쉽게 창업 자금을 대출하다 보니 부도가 나면 빚을 고스란히 대표이사가 떠안고 있다”며 “이런 제도 아래에서 한 번 창업에 실패하면 신용불량자라는 꼬리표 때문에 재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은행이나 기술보증기금 등의 연대보증을 법률적으로 금지하면 지금보다 재창업이 용이해지고, 실패해도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돼 창업과 재도전이 활발해지는 사회적 여건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함께 내년에 일몰인 벤처특별법도 스톡옵션(시세보다 낮은 금액으로 자사 주식을 매입하고 임의로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인센티브 제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아 전면 재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국회 입성 전 NHN게임스 대표를 거쳐 온라인 롤플레잉게임 뮤(MU)로 유명한 ‘웹젠’ 대표를 지냈다. 그는 “700명의 직원을 총괄하고 관리하는 기업 경영자와 20만명이 넘는 지역 유권자(경기 성남 분당갑)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은 책임 범위가 하늘과 땅 차이”라며 “의원 배지를 단 이후 책임감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의원 임기 개시 후 평일 38일 중 19일을 조찬 행사에 참가하는 등 바빠서 의원 특권으로 알려진 ‘국회 내 의원 목욕탕’조차 한 번 가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당내 가계부채 특별위원회, 국민연금공공투자 태스크포스, 을지로위원회 등 3개의 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김 의원은 20대 총선 당선자 중 2637억원으로 재산 순위 1위다. 그는 “부와 명예를 거머쥔 성공한 최고경영자(CEO)가 왜 갑자기 정치를 시작했느냐”는 질문에 “정치권에 안 나와도 진짜 잘먹고 잘살 수 있지만 창업과 기업 경영을 직접 경험해본 기업인으로서 능력을 사회에 직접 환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